[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5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지난 주말 벌어진 '아이폰6 보조금 대란'에 대해 일제히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형사처벌까지 거론하며 엄포를 놓는 정부와 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란 촉발 원인에 대해 '경쟁사'와 '판매점' 탓으로만 책임을 돌리고 있어 진실성이 결여됐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아이폰6 대란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시장이 과열된 지 사흘 만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형사고발도 검토하겠다"며 강도 높은 처벌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공개사과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사과보다는 대란의 원인을 경쟁사나 판매점 탓으로 돌리고 있다. 앞서 보조금 대란의 주범이 서로에게 있다며 벌이던 설전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가장 먼저 사과문을 발표한 KT는 "아이폰 공급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경쟁과정에서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언급하며 이번에 아이폰을 처음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LG유플러스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이어 "유통채널에 대해 페이백·과다경품 등 불법영업을 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강력한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면서 "일부 유통점이 경쟁 대응과정에서 시장 혼탁에 동조하게 된 점은 당사로서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KT에 이어 대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은 "이통시장 선도사업자로서 상황변화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일부 판매점 등에서 발생한 편법영업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이용자들께 불편과 혼란을 끼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도 "지난 주말 휴대폰 지원금 관련 일부 휴대폰 유통점에서 본사의 뜻과 지침에 상반되게 시장을 혼탁케 해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사과는 하지만 나서서 책임을 지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어디까지나 일부 판매점의 개별 일탈행위로 보기 때문에 사과를 이통사가 나서서 해야 하는지를 놓고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의 사과문에 유통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공식 보조금의 최고 3배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뿌려 사실상 대란을 조성했으면서 책임을 돌리기만 한다는 주장이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칼을 쥐어준 것은 이통사지만 휘두른 것은 유통점"이라면서도 "자신들은 법 테두리 안에서 지원금을 제공하고 대리점이 불법 보조금을 만들도록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리베이트는 휴대전화 판매점이 가입자를 유치할 때마다 통신사가 판매점에 지급하는 장려금이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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