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증시 불황에 갈 길이 바쁜 KTB투자증권호가 '출자 리스크'라는 복병을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출자 회사들이 마이너스 수익으로 지분법손실을 떠안기더니, 급기야 배상금 변제를 위한 '울며 겨자먹기식' 유상증자 참여까지 이어지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투자증권은 자회사인 KTB자산운용의 유상증자에 총 225억원(주식 450만주) 규모로 참여했다. KTB투자증권은 KTB자산운용의 최대주주로, 지분 취득 후 지분 비율은 94.2%다. 이번에 출자된 225억원은 KTB자산운용의 자본금 216억원(2013년 말 기준) 보다 더 큰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유증 참여로 자회사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수혈된 자금의 용처는 배상금 변제 목적이다. KTB자산운용은 부산저축은행 투자를 부당 권유한 혐의로 기소돼 피해자인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에 200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의 주 목적은 부산저축은행 투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비용 발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KTB투자증권이 투자판단을 내려 출자한 회사들의 경영 성적도 KTB투자증권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KTB투자증권이 출자(투자)한 타법인 및 관계회사의 올 상반기말 기준 재무현황을 살펴보면 총 33개 법인 중 18개 법인이 적자를 기록했다. 총 적자규모는 2212억8200억원으로 지분율 등을 고려한 지분법 손익 영향은 153억8400만원 수준이다.

실제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한 KTB투자증권은 지분법 손익을 의미하는 '종속기업및관계기업투자평가및처분손익'에서 100억원대 손실을 보면서, 결국 당기순손실로 반기를 마감했다. 출자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KTB투자증권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404억원의 순손실과 올 상반기 9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자(父子) 기업이 각종 송사에 휘말리면서 재무건전성도 악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KTB투자증권은 채권파킹 혐의로 금융감독원에서 징계가 논의중이며, 채권 거래 위반 혐의로도 지난 9월부터 2개월간 장기 검사를 받았다. KTB투자증권의 채권파킹 혐의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면 과징금 철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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