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실업률이 공식 실업률의 3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취업을 원하는 주부, 아르바이트 학생 등 '숨은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 실업률이 지난달 10.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공식 실업률 3.2%를 세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공식적인 실업자 외에 주 36시간 미만의 불완전 취업자, 잠재적 경제활동인구 등을 모두 포함한 고용보조지표3(Labour underutilization3)은 10.1%로 집계됐다.
　
◆고용보조지표 뭐기에?=이번에 첫 공개된 고용보조지표는 사실상 실업상태인 잠재노동력까지 고려해 실업률을 산출한 지표다. 정부는 공식통계에 잡히는 실업자의 범위가 협소해 국민 체감과의 괴리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보조지표를 발표했다.

10월 현재 공식 실업자는 85만8000명, 실업률은 3.2%다. 그러나 3단계로 구성된 이 지표대로 계산하면 체감실업률이 최대 10.1%까지 치솟는다.

고용보조지표1은 현재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추가 근무가 가능한 주 36시간 미만 아르바이트생 등 시간관련 불완전취업자(31만3000명)를 포함한 실업률로, 4.4%를 나타냈다. 주부, 은퇴자 등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가능성이 있는 잠재경제활동인구(170만4000명)를 고려한 고용보조지표2는 9.0%를 기록했다.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고용보조지표3은 10.1%다.
　
통계청은 이들을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이미 취업자, 비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하기 때문에 실업자와 개념이 상이하다"며 "고용보조지표는 실업률과는 구분돼야 할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시장을 보다 다각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보조지표를 마련한 것"이라며 "미국, 유럽연합(EU) 등도 각국 자체기준에 따라 고용보조지표를 작성하고 있으나, 이들을 실업자로 분류하고 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자료=통계청>

◆왜 발표하나?=정부가 고용보조지표를 공개한 것은 실업통계가 노동시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0월 공식 실업률은 미국(5.5%), 일본(3.5%), 독일(4.9%) 등 선진국보다 낮지만, 전문가들은 결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고용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취업이 어렵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는 데는 바로 이 '못 믿을 통계'가 배경이 됐다.

현재 국제기준에 따른 공식 실업자는 '지난 4주간 적극적 구직활동을 했고 즉시 취업할 수 있지만 지난 1주간 일을 하지 않은 자'를 가리킨다. 이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구직활동 중인 학생, 구직을 희망하고 있지만 당장 지원서를 내고 있지 않은 주부 등은 실업자나 마찬가지지만 공식 통계상 실업자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통계청이 공개한 고용보조지표에는 '잠재노동력'이자 넓은 의미의 실업률로 포함된다. 체감실업률을 가리키는 고용보조지표3은 36시간 미만의 불완전취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 가능성이 있는 자(잠재경제활동인구)를 확장 경제활동인구(경제활동인구+잠재경제활동인구)로 나눈 비율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마련한 국제기준에 따라 고용보조지표를 발표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최초다. 미국은 1994년, 유럽연합(EU)은 2011년부터 고용보조지표를 작성하고 있으나 이는 새로운 국제기준이 아닌 각국 자체 기준에 따른 것으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심 과장은 지표의 신뢰성 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국제기준에 따라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지표의 신뢰성은 갖춰져 있다"며 "전문가들과 검토결과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판단해 5월 시산자료부터 제공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 "고용률 제고위한 정책마련에 활용"=고용보조지표에 추가된 대상자들은 대체로 취업 취약계층에 해당한다. 특히 취업준비생, 주부 등 고용보조지표상 잠재경제활동인구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직접적 타깃이기도 하다.

특히 정부는 비교적 단편적으로 파악돼온 '잠재노동력'을 이번 보조지표 발표를 통해 새롭게 범주화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부 대상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정책과 실업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날 첫 공개한 고용보조지표가 공식 실업률을 무려 세배 이상 웃도는 것은 잠재구직자 규모가 큰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구조특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진학률이 높고 스펙쌓기 등으로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청년층 내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출산이나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후 취업을 희망하지만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여성들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 15~6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5.6%로 OECD 평균(62.4%)에 훨씬 못미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들 계층의 현황에 대한 심층 분석 등을 통해 정책 이행점검, 보완책 마련 등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보조지표 발표가 고용률 제고를 위한 정부 정책과 방향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정책 추진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0월 고용률은 전월보다 0.1%포인트 오른 60.9%를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이 되는 15~64세 고용률은 전월과 같은 65.7%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전월보다 0.1%포인트 오른 62.9%를 기록했다. 10월 취업자 수는 2595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만6000명 늘어났다. 이는 4개월래 최저 증가폭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84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만3000명 감소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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