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녀FC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축구를 통해 장애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2014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에서 특별상을 받은 의령 '꽃미녀FC' 조이슬 감독(24)의 수상 소감이다. 그는 24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하고 싶지만 경쟁할 팀과 종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꽃미녀FC는 경상남도 의령군 지정면에 있는 '의령사랑의 집' 소속 여성지적장애인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축구팀이다. 2012년 8월11일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발했다. 2년 3개월이 지났지만 실력을 겨룰 여성 팀은 여전히 없다. 그래서 경남 지역에 있는 남성지적장애인 축구단 열세 개 팀을 상대로 훈련을 하고 대회에도 나간다.

꽃미녀FC는 경남장애인체육회와 의령생활체육회 등을 중심으로 올해 지역에서 열린 다섯 차례 대회에 출전해 우승 3회, 준우승 1회, 3위 1회 등의 성적을 냈다. 지난 8월에는 지적장애인 전국대회인 한국스페셜올림픽에서 성인부 C그룹 정상에 올랐다.

그들의 목표는 매년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전에 나가는 것이다. 시·도를 대표하는 팀을 세 개 이상 만들어야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김일주 의령사랑의 집 원장(44)은 인근 복지시설을 돌며 축구를 통한 원생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설파하고 팀 창단을 권유하고 있다. 덕분에 포항 지역에서 두 번째 팀을 창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꽃미녀FC

　
조 감독은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기 어려운 지적장애인들이 시설에 입소한다.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축구를 시작한 뒤 협동심이 생기고 인지능력도 많이 향상됐다. 돌아가면서 주장을 맡는데 나이에 관계 없이 서로 챙겨주고 독려하면서 대회에 출전하는 자체를 즐거워한다"고 했다.

축구단은 우연한 계기로 출발했다. 원생들이 봉사활동을 나온 의령고등학교 남학생들과 함께 공을 차는 프로그램을 즐거워하자 김 원장이 이를 눈여겨보고 단체 운동 팀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고등학교 때 체육학과 진학을 목표로 할 만큼 운동을 좋아했던 조 감독은 곧바로 대한장애인축구협회가 발급하는 장애인축구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선수들을 선발했다. 원생 일곱 명으로 출발한 선수단은 현재 열네 명으로 불었다. 열세 살부터 삼십 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조 감독은 "처음에는 규칙을 설명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조금 난이도가 있는 훈련을 해도 바로 이해할 만큼 습득력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에는 국가대표 팀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 팀이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더 많은 곳에서 용기를 내 축구단을 창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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