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대한의사협회는 고(故) 신해철씨 사망 사건과 관련 직접적인 사인으로 꼽히는 심낭 천공은 수술행위 중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인 만큼 의료과실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의사협회는 30일 오후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신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경찰로부터 의뢰받은 의료감정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의사협회는 신씨가 지난 10월17일 장유착박리수술과 위의 용적을 줄이는 위주름 성형술을 함께 받았다고 판단했다. 위주름 성형술이 신씨의 직접적인 사인인 심낭 천공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의사협회 학술이사인 신응진 순천향대부천병원 교수는 "(신씨의)위 사진을 보면 일반적으로 위에 손상이 갈 때 봉합하는 수술이 아니고 위를 축소하기 위한 수술 모습"이라며 "일반적으로 장유착박리술과 위주름 성형술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이 두 가지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원칙에 어긋난다"고도 지적했다.

신 교수는 "위주름 성형술은 환자측의 동의가 필요한 의료행위"라면서 "진료기록서에서 위밴드 제거 수술에 대한 동의만 돼 있어 (환자측)동의 여부는 경찰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의 직접적인 사인인 심낭 천공은 장유착박리수술 과정에서 발생했고, 소장 천공은 장유착 수술 중이나 직후 나타나 이에 따른 복막염이 발생한 것으로 의협은 판단했다.

심낭 천공의 경우 위주름 성형술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박형욱 감정위원은 "신씨의 경우 위밴드 수술을 받고 제거수술을 받아 상당한 협착이 있었을 것"이라며 "장협착 제거하는 과정에서 천공이 나타날수 있어 소장 천공은 장유착박리술과 밀접하고, 심낭 천공은 위주름 성형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협은 심낭 천공과 소장 천공은 장유착수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인 만큼 의료과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신씨가 수술 직후 극심한 흉통을 호소한 만큼 적극적인 원인규명이 필요한데 수술 이틀 뒤인 19일 흉부영상검사(엑스레이검사)에서 심장기종(공기)이 나타났지만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조치도 미흡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같이 위중한 상황에선 신씨를 입원시켜 경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지속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의협은 신씨에 대한 S병원의 진료기록서를 토대로 "환자가 의사의 투약을 거부했고, 컨디션이 호전됐다며 퇴원한 뒤 외래 방문을 거부하는 등 환자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일정부분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신 교수는 "엑스레이 사진에서 공기를 발견하고 환자를 지속적으로 지켜봤다면 지금 살아있을 수도 있다"면서 "해당 원장이 흉부외과 전문의가 아니라 이를 못본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9일 신씨 사망과 관련한 68개의 서면질의와 진료기록 감정의뢰서를 의사협회의 제출했고, 의사협회는 법의학자와 법조, 외과학 등 9명의 전문가로 이뤄진 의료감정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번 사건을 감정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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