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국제유가 급락과 세계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또 하나의 축으로 '그렉시트(Grexit)'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렉시트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단어다. 지난달 29일 그리스의 대통령 3차 선거가 부결돼 오는 26일 그리스의 조기총선이 예정되면서 정정불안과 유로존 탈퇴 우려가 커졌다.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지난 2011년과 같은 국가신용위기가 유로존 내 급격히 확산되면서 금융위기가 재차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하이투자증권에서는 그렉시트보다 더 큰 문제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큰 문제라고 짚었다. 그리스의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권이 집권해도 유로존 탈퇴를 공식선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오히려 유가급락과 함께 현재 경기 둔화 우려를 낳고 있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가 정정불안을 겪고 있지만 결국 그렉시트는 어떤 방향으로도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유가 하락과 함께 유로존의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경우 이로 인한 유로화 약세, 달러강세로 인한 신흥국 시장에서의 대규모 자금이탈 상황이 더 큰 문제"라고 짚었다.

오는 26일 열리는 그리스 조기총선에서 야당인 시리자당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지만 어느 정권이 집권해도 그렉시트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팀장은 "유로존 탈퇴시 그리스는 곧바로 채무불이행(디폴트)로 직면하게 되는데 그동안 유로존 탈퇴를 언급했던 시리자당이라고해도 집권 후 유로존 탈퇴를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우려하는 것도 그렉시트 문제가 유로존 경기 불확실성 중 하나로 남아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을 반감시킬 것에 대한 우려"라고 말했다.

그렉시트보다는 유가 하락과 함께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국면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팀장은 "그리스를 제외한 여타 유로존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그렉시트에 따른 신용위기 확산보다는 유로존 내 디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될 것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며 "유가하락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에 따른 물가상승률 둔화가 지속되면서 유럽의 양적완화가 경기둔화세를 막기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신흥국 시장 입장에서 유로존의 디플레이션은 유동성 악화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유로화 약세와 달러강세가 구조적으로 지속될 경우 소위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위축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이탈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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