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장준우 기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김무성 당 대표 수첩 속 '문건유출 배후' 파문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가 음종환 전 행정관을 14일 면직처리한 데 이어 여당은 15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첩' 관련 내용을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건유출 배후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언제든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여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현안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회의에서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 폭행사건 등에 대해서만 언급했고,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에 대한 당정협의를 실시하겠다는 취지로만 발언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고위원들도 '청와대' '문건 배후' 같은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전날 친이(친이명박)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과 이정현 최고위원이 강한 어조로 비판의 날을 세웠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김 대표는 회의 직후 수첩 관련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여당 지도부가 후폭풍 차단에 나선 것은 청와대가 음 전 행정관 경질을 신속히 처리한 데다 수첩내용으로 인해 더 이상 당청 관계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등 청와대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석호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은 "수첩 내용이 사실이 아닌데, 이런 걸로 당청 관계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군현 사무총장도 당청 관계에 대해 "(대통령과) 자주 만나기로 한 만큼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갈등이 다시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당청이 사태 봉합을 시도함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배후라고 들었다'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음 전 행정관의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사건의 배후에는 김무성, 유승민도 있다' 이런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며 그동안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거론된 얘기를 전혀 믿지 않았지만, 반대로 워낙 사안이 엄중하다 보니 다시 확인했다"고도 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사건을 쉽게 덮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당 대표가 일개 청와대 행정관에 놀아난 것"이라며 "청와대가 당을 보는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의 수첩 파문은 당내 계파 역학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친박과 비박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과 개헌 논의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수첩 파문으로 친박계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말이다. 김 대표는 "박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과 관련해 당내 일부에서 반대가 거센 것을 알고 있다"며 "일단은 당내 평화를 위해 강행하지 않고 설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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