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여당내 계파 갈등의 핵심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문제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각자 입장만 고수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은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설득 여부와 상관 없이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반면, 비박계는 후보 임명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내 친박계로 분류되는 노철래 의원은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이사장 임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절대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노 의원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이보다 하루 전인 16일 같은당 이군현 사무총장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의견을 조율해 해결하겠다"며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가능성은 '살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노 의원은 "(친박계가) 누구를 상대로 설득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보수중심축은 대부분 반대"라며 "지명을 철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친박계를 설득해야 하는 김무성 대표는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는 접은 상태다. 그렇다고 박 이사장 카드를 철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 국민대통합이었고 당의 미래를 위해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무총장도 기자와 만나 "당이 통합해 용광로처럼 녹여 다 끌어안는 게 옳다고 본다"며 김 대표를 거들었다.

문제는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갈등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당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친박과 비박은 김 대표 수첩 파문 이후 입장 표명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데, 지지부진해지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비박계인 김성태 의원은 "김 대표를 자꾸 공격하면 우리가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여연(여의도연구원) 문제는 뇌관"이라고 표현했다.

당청에 이어 당내 문제까지 계속 삐걱거릴 경우 국정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관계자는 "집권 3년차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에서 계파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진다면 국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과 비박계 모두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이 사무총장은 "김 대표가 당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고 노 의원은 "다시 공모해 새로운 카드를 찾는 게 미래를 위한 최선"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연구원장 문제가 당분간 당내 갈등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수원갑 당협위원장 선출에 나서는 박종희 전 의원은 "일년 가까이 공석이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서 "시간을 충분히 두고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도 된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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