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오는 5월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러시아 정부가 확인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대통령궁 공보실은 이날 VO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이 확인됐다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참석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이오는 5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 보내왔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통령궁은 라브로프 장관이 말한 '긍정적 신호가 정확히 어떤 뜻인지, 김정은이 초청을 수락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확인했다는 것이다.

대통령궁 공보실 관계자는 라브로프 장관의 표현 자체가 김 비서의 초청 수락을 의미하는데 보도 과정에서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던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러 정상회담 여부와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고 VOA는 전했다.

김정은이 5월 모스크바를 방문하면 지난 2011년 집권 이후 첫 외국 방문이 된다.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계획은 러시아 대통령궁이 지난달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 사실을 확인하면서 알려졌다.

앞서 일본의 진보신문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복수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해 11월 김 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통해 김비서의 러시아 방문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최룡해는 푸틴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한 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최고위급'을 포함한 접촉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사실상 정상회담에 나설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에 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하고 있으며, 올해는 승전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승전 기념행사 초청에 20개 나라가 참석 의사를 밝혀왔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하기로 돼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김정은이 외교경험이 전무해 자칫 외교들러리가 될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행사 시기가 임박해서 참석여부를 통보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 행사가 특정 주제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는 다자외교의 장이 아니라 승전 기념 행사라는 점에서 김정은의 수락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한다.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으로서는 러시아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푸틴대통령을 짧게 만나는 것보다는 북러 정상이 더 길게 만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정상회담을 선호할 것"이라면서 "김정은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 등 만날 필요가 있지만 만나기 어려운 국가 정상들을 만날 수 있고 각광을 받으며 외교무대에 본격 데뷔할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초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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