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피고인이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성우)는 12일 ‘땅콩 회항’을 둘러싼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로변경죄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번 사건 초반만 해도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반성의 타이밍을 놓친 조 전 부사장은 결국 실형을 선고받고 계속 수감돼야 하는 처지가 됐다.

▲ 검찰에 출석한 조현아 전 부사장

법관이 형사 사건에서 유죄 여부를 판단하고 형량을 정할 때 ‘진지한 반성’은 생각보다 중요한 판단 요소이다. 유사한 행위를 하더라도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을 반성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은 형량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 점에서 조 전 부사장의 대응은 의문을 낳는다. 지난해 12월5일 뉴욕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가려던 대한항공 KE086 항공편에서 발생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는 연말 이슈를 모두 삼키는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했다.

당시만 해도 청와대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 등 정국을 휘감았던 대형 이슈가 있었다. 하지만 ‘땅콩 회항’이 언론에 알려진 이후 조 전 부사장은 단숨에 뉴스메이커로 등장했다.

일반인의 관심을 더 집중시킨 사안은 청와대나 국회발 뉴스보다는 ‘땅콩 회항’ 문제였다. 이른바 ‘갑질’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인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의 대응은 부정적 여론에 불을 지폈다.

조 전 부사장이 진정한 반성을 보이며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1심에서 실형까지 선고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처음으로 검찰에 출두할 때부터 실제 재판으로 이어져 법정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할 때까지 ‘진지한 반성’이라는 문제에서 의문 부호가 이어졌다.

여론은 점점 악화됐다. 법관은 여론에 따라 형량을 정하지는 않지만, 여론을 아예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조 전 부사장의 실형 선고는 악화된 여론에 따른 예고된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조 전 부사장이 결심공판에서 자신의 잘못보다는 승무원의 잘못으로 책임을 돌린 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 “변호사들은 의뢰인이 법정 진술을 할 때 ‘잘못했다’ ‘죄송하다’라는 말을 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하는데 조 전 부사장의 모습은 반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판사도 악화된 여론의 압박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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