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인사들 장례 준비 도맡아
김무성 "파란만장한 정치인생 내조하느라 힘드셨을 것"
문재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왼쪽 첫번째)가 22일 오후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 마련된 부인 고 박영옥 여사의 빈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첫번째) 등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이민찬 기자] 김종필(89) 전 국무총리(JP)의 부인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인 고(故) 박영옥(86)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22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굵직한 정치 역사를 거쳐 온 노정객을 찾는 조문객 중에는 백발이 성성해 거동이 불편한 원로 정치인부터 현직 국무총리까지 시대를 넘나들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빈소가 마련되자 가장 먼저 도착해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휠체어를 탄 김 전 총리는 빈소 옆에 마련된 작은방에 머물며 문상객을 일일이 맞았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10시20분께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를 들고 빈소를 찾아 김 전 총리와 4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김 실장은 "사모님은 건강하신 줄 알았습니다"라며 위로의 말을 꺼냈다. 이에 김 전 총리는 "그 자리(대통령)가 외로운 자리"라면서 "잘 도와드리라"고 말했다.

자민련에서 함께 정치 생활을 하며 김 전 총리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이완구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2시30분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총리의 조문에 김 전 총리는 "바쁜데 어떻게 오셨나"라고 인사했고, 이 총리는 "작년 연말에 안 좋으시다는 말씀을 들었는데…"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 총리는 지난해 김 전 총리가 본인을 차에 태우고 충남 부여에 마련해 둔 장지를 보여줬던 일을 회고하기도 했다.

고인과 사촌지간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박지만 EG 회장은 이날 오후 시차를 두고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날 오후 3시께 조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래 입원하셨다고 들었는데 마음 아프시겠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고, 이에 김 전 총리는 "와주셔셔 고맙다"며 "어제 숨 거둘 때 외로워 말고 가라고, 편히 쉬라고 했다"고 응답했다.

여야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새누리당에선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서청원ㆍ이인제 최고위원, 이재오ㆍ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등이 다녀갔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정대철 고문, 양승조 사무총장 등이 조문했다. 정부에선 이완구 총리를 비롯, 황우여 사회부총리, 이병기 국정원장 등이 찾았다.

특히 김 전 총리가 충청권의 맹주였던 만큼 장례식장에는 과거 자민련 인사들은 하루 종일 머물며 조문객을 맞았다. 이날 오전에 빈소를 찾은 정진석 전 국회사무총장은 오후까지 자리를 지켰다. 자민련 사무처 당직자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관계자는 "우리에겐 (박영옥)여사님이 어머니 같은 분이라 소식을 듣고 달려 왔다"면서 "발인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오후 3시45분께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총리는 문 대표에게 "맡은 일을 잘 해달라"고 말했고, 이에 문 대표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표가 다녀간 직후 빈소를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김 전 총리는 한 시대를 풍미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파란만장한 정치인생을 사셨다"면서 "고인께서 내조 하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내각제 개헌론자였던 김 전 총리는 이날도 내각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문 대표에게 "내각책임제 잘하면 17년도 (권력을 맡을 수 있다), 그러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다"면서 "난 그거(내각제) 남이 얘기 안할 때 떠들다가 망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후회는 없어"며 "언젠가 그 제도 따를 테니까"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인은 척추협착증과 요도암으로 투병하다 21일 오후 별세했다. 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인 박상희씨의 장녀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사촌지간인 셈이다. 김 전 총리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소개로 부부의 연을 맺어 64 년간 해로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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