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두 번의 금리 인하로 경기부양 정부와 발맞춰
앞으로 3년간 소신있는 통화정책 필요

이주열 한은 총재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구채은 기자] 통화 전문가가 통화 정책에 골몰하고 있다. 각국이 환율 전쟁에 휩싸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성장'과 '안정'의 균형점에 아슬아슬 서 있다. 통화정책은 그 시발점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래서다. 취임 2년차를 앞둔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 취임일은 작년 4월1일이었지만 3월19일 인사청문회 이후 한은의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맡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이 총재의 인사청문회가 끝나자 마자 적합 보고서를 채택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일 정도로 그에게 힘을 실어준 덕분이다.

한은 임직원들도 '정통 한은맨'인 이총재의 귀환을 반겼다. 신뢰받는 중앙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임 일성에 맞춰 이 총재는 지난 1년간 두번의 조직개편을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개편의 폭은 크지 않았으나 통화정책의 강화를 위해 금융시장부를 '금융시장국'으로 승격시킨 게 눈에 띄었다. 김중수 전 총재가 '파격'을 강조했다면 정통 한은맨인 이 총재는 '평판'을 중시하며 조직의 화합을 도모했던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임 총재의 색깔을 무조건 지우기 보다는 화합을 고려한 조직개편이나 인사를 단행해 마찰이 적었다"며 "임직원들의 신뢰가 깊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 경제정책과 보폭도 맞췄다. 이 총재가 내정될 당시만 해도 한은과 정부의 대립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그는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화답했다. 최근에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고위 간부 인사교류에 나서며 정부 경제정책과의 업무 조율에도 나서고 있다.

중앙은행의 신뢰회복에도 적극적이다. 취임 초기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시장 및 국민과의 소통 강화 방안을 체계적으로 조사ㆍ연구하는 '정책협력팀'을 통화정책국 내에 설치한 것도 소통 강화차원이었다. 다음달 금융시장 관계자 및 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자문회의를 발족키로 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는 "직접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지난 1년간 바람직한 방향으로 한은을 이끌어왔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시급한 것은 가계빈혈을 치유할 수 있는 분배 구조개혁이고 이것이 가계수혈로 가 성장을 촉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총재의 소통 방식을 문제 삼는다. 취임 초 금리방향을 '인상'이라고 말해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잠재웠다가 4개월만에 금리를 전격 인하하는 과정에서 설명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가계부채가 심각하다고 했지만 결국 최경환 부총리에게 끌려다녔다"며 "한은의 독립적 위치를 강변하던 초기 모습과 비교할 때 실망과 안타까움이 크다"고 전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보기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통령연두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란이 일었는데 이에대해 적극적인 대응이 없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남은 임기 3년간 소신있는 통화정책을 통해 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아 한은의 존재감을 피력해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과제인 셈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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