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가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 첫날 티 샷한 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미션힐스 제공

[하이커우(중국 하이난)=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보기를 하고 나서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지난주 HSBC위민스챔피언스에서의 '72홀 노보기 우승'이 출발점이다. 혼다LPGA타일랜드 3라운드 17번홀부터 시작된 박인비(27ㆍKB금융그룹)의 노보기 행진은 92개 홀, 12일(한국시간)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 미션힐스골프장 블랙스톤코스(파73)에서 개막한 유럽여자프로골투어(LET)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총상금 60만 달러) 1라운드의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박인비는 그러나 17번홀(파4)에서 첫 보기를 범해 '99개 홀'에서 막을 내렸다. 경기력은 물론 탄탄했다.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를 작성하며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했다. 오전보다 바람이 잠잠한 오후 조로 출발하는 행운을 앞세워 11, 14, 16번홀에서 버디 3개를 솎아내며 순항을 시작했다. 17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 15야드 지점에 떨어지면서 '3온 2퍼트' 보기가 됐다.

박인비는 그러자 18번홀(파5)에서는 마치 화풀이라도 하듯 210야드 거리에서의 두 번째 샷을 핀 1.5m 지점에 붙여 가볍게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다. 후반 들어서는 4번홀(파4)에서 티 샷이 페어웨이 벙커로 직행하면서 두번째 보기를 범했지만 다음 홀인 5번홀(파3)에서 10m가 넘는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스코어를 만회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했다.

"사실 오늘도 보기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박인비는 "하지만 보기를 하고 난 뒤 마음은 훨씬 가벼워졌다"며 "평생 보기를 안 할 수는 없다"고 털어버렸다. 대회 직전까지 이어진 강행군에 대해서는 "피곤하고 멍한 상태였지만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면서 "후반에 스코어를 더 줄이겠다고 욕심을 냈지만 잘 안 됐다"며 아쉬워했다.

"기회가 왔을 때 꼭 대회 2연패를 일궈내고 싶다"는 각오를 보탰다. 박인비가 지금까지 타이틀방어에 성공한 적은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이 유일하다. '유럽의 노장' 베키 모건(웨일즈)이 공동선두 그룹에 합류했고, 중국의 차세대 기대주 린시위가 공동 3위(2언더파 71타)에서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안신애(25)가 공동 3위에서 선전하고 있고, 유소연(25)이 공동 7위(1언더파 72타)에서 뒤따르고 있다.


ejso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