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국내 조선 빅3가 시장침체에 따른 실적부진에 이어 내부문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차기 사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내부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도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고재호 사장의 후임 인선건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달 31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후임 사장이 결정되려면 상법상 주총 2주 전인 이날 안건을 확정해야 했다. 결국 이번 주총에서 새 사장을 선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사장추천위원(사추위)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는 후임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고재호 현 사장이 당분간 자리를 유지하기로 결의했지만 내부에서는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조만간 내놓기로 한 비상경영조치도 허울에 불과할 뿐 시한부 상태서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차기 사장 선임은 절차상으로도 최소 40~50일이 소요된다. 사장추천위원회와 임시이사회, 임시주주총회를 모두 거치면 일러야 5월 중순 이후 결정될 전망이다. 노조는 청와대 등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낼 경우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해 후임 인선이 내부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이미 16일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과 을지로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불거진 여사원 희망퇴직을 두고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갈등은 결국 노조가 권오갑 사장 등 임원 4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사건으로 격화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 측이 노조와 협의 없이 여사원 희망퇴직을 실시한 점,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아 16일 권 사장을 포함한 임원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통상임금으로 인한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하자 같은 날 노조도 임금 소급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항소했다. 구조조정과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매듭지어 지지 않고 악화되는 양상이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은 지난해 경영권 승계, 사업구조 개편 등 그룹 차원에서 추진됐지만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로 한차례 무산된 바 있다.하지만 국민연금이 두 기업의 지분을 낮추면서 업계에서는 합병재추진 이슈가 불거졌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13일 주총을 통해 합병 재추진 계획이나 의사가 없다고 못 박으면서도 '당분간'이라는 전제를 걸어 합병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놨다. 결국 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조직개편, 구조조정에 대한 임직원의 반발로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업황 악화로 조선업계가 침체돼있는 상황에서 내부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어 전반적으로 사기가 저하된 상태"라며 "이 같은 내부 갈등이 임직원 모두에게 악재로 작용, 결국 실적 악화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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