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의 주범이었던 'PIIGS 5개국'(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중 처음으로 2013년 말 구제금융을 졸업한 아일랜드가 마이너스 금리에 국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이날 실시한 국채 입찰을 통해 6개월 만기 국채 5억유로어치를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마이너스인 국채에 투자하면 만기 시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일랜드 국채 입찰에서는 발행 계획 물량보다 5배가 많은 20억유로의 투자금이 몰렸다.

아일랜드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사상 최저 수준인 0.72%를 기록하고 있어 단기물에 이어 장기물까지 마이너스 금리 전환 가능성이 커졌다.

구제금융을 졸업한지 1년여 된 아일랜드가 마이너스 금리에 국채발행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글로벌 경제에 장기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지역경제가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게 한 몫 했다. 아일랜드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4.8%로 유로존 안에서 가장 높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매입을 통한 1조1000억유로 규모 양적완화에 돌입하면서 유럽 국채 매입 수요가 늘어난 것도 마이너스 금리 국채발행을 가능케 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 수요가 몰리면 금리가 하락한다.

현재 전체 유로존 국채 발행 물량 가운데 4분의 1에 달하는 1조9000억달러가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 중이다. 스위스 국채의 경우 단기물이 먼저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진 데 이어 10년물까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유로존 국채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이날 사상 최저인 0.17%를 기록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런 초저금리 여건을 놓치지 않으려고 적극적인 국채 발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주 슬로베니아는 지금까지 발행한 국채 만기 중 최장기인 20년물 10억유로어치를 사상 최저 금리인 1.55%에 발행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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