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호텔신라, 미국 면세점 디패스 지분 44% 사들여…사실상 경영권 인수
미국 진출 교두보로…세계 도매업체 인수로 원가경쟁력 확보
롯데그룹, 이탈리아 면세점 WDF 인수 검토…KKRㆍ듀프리도 타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글로벌 면세점 인수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면세점 사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규모 업체 인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미국 자회사(삼성 호스피탈리티 아메리카)를 통해 면세 기업 디패스 지분 44%를 1억500만 달러(약 1176억 원)에 매입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이번 계약에는 5년 뒤 지분 36%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항목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디패스는 1987년에 설립된 미주지역 중심의 면세사업자다. 면세 도매유통과 기내 면세점, 공항 및 국경지역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기내면세점 분야 세계 1위 업체로 전년도 매출 5억1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디패스의 가장 큰 장점은 도매업을 한다는 것"이라며 "미주지역 교두보 확보를 통한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도약과 면세관련 세계적인 도매업체 인수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호텔신라의 디패스 지분 인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미주 지역 면세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화장품(특히 미국 브랜드)과 주류ㆍ담배 부문 바잉파워를 확대하는 동시에 소폭의 EPS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36%, 61% 성장한 8060억원과 350억원 수준이 가능할 것"이라며 "국내 호텔부문 부진과 창이공항(1분기 매출 950억원, 영업손실 150억원 추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부문이 전년동기39% 고성장하면서 전체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승희 KDB증권 연구원도 "디패스 지분 인수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호텔신라의 글로벌 시장 침투와 입지 강화는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며 "호텔신라의 입장에서는 협업을 통해 과거와 차별화되는 신규 채널을 확보하고 지역적 침투를 가속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디패스 인수를 통해 다시 한 번 소싱처 다변화와 협상능력 강화, 궁극적인 규모의 경제 극대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며 "한국 내 글로벌 면세사업자는 이례적으로 비대하게 성장해온 로컬 면세 시장의 영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입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 면세 시장 내 원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럭셔리 패션ㆍ시계ㆍ쥬얼리 제품 비중은 약 40% 이상으로, 글로벌 업체의 약 20% 대비 절대적으로 높다. 또한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지역적 가격차별화 정책은 아시아 면세 사업자들의 원가 체계에 있어 근원적인 불리함을 제공해왔다.

함 연구원은 "호텔신라가 구조적으로 원가율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지속해 지역적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소싱처를 다양화하며, 원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화장품ㆍ향수,주류ㆍ담배 등 카테고리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최근 창이공항 화장품ㆍ향수 전문 매장 진출과 인천공항에서의 주류ㆍ담배 신규 점포 확보, DFASS 지분 인수는 모두 중장기 원가율 개선 목표와 합치한다"고 분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편 롯데그룹도 세계적인 면세점 기업인 이탈리아의 WDF(World Duty Free) 인수를 검토중이다. WDF의 대주주는 글로벌 패션 그룹인 베네통 가문으로 50.1%의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그룹이 2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 WDF 인수전에 성공하면 면세점 업계 세계 2위로 급부상한다.

롯데그룹은 현재 스위스 면세점 기업 듀프리,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KKR, 프랑스 미디어 그룹인 라가르데르 SCA도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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