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4월 재보궐 선거에서는 야권연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의 출마 등으로 인해 새정치연합을 포함한 야권전체의 선거 연대를 뜻하는 대야권연대는 물론 진보정당들간의 소야권연대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연대는 한때 야당 선거 승리의 필요조건이었다. 야권연대를 했다고 해서 선거에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야권연대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나마의 승리 가능성마저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의 위헌정당해산 심판 이후 무분별한 야권연대에 대한 경계론도 커졌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당대표는 지난달 30일 정동영 전 의원의 서울관악을 보궐선거 출마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놓고 논의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대 접전지로 예상되는 관악을 선거에는 정 전 의원을 포함해 야권후보만 5명이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문 대표는 이미 전당대회 과정에서 "평소에 다른 정체성을 내세우면서 활동을 하는 정당들이 선거 때 마다 연대한다는 것은 저는 정당정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 선거에서 연대할 수 있다면 아예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며 야권연대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정 전 의원 측도 완강히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고 있다. 정 전 의원 관계자는 "야권분열로 선거에 패배할 경우 꼴찌한 사람이 책임자지 야권 1등한 사람이 책임자겠냐"며 완주의사를 밝혔다.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천정배 전 의원 역시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와 각을 세우고 있다.

원내 제3정당인 정의당은 새정치연합과의 연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진보정당간의 단일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진영간의 후보 단일화를 뜻하는 소야권연대 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의당과 당대당 통합을 논의 중인 노동당은 관악을 보궐선거에 나경채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며 의욕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이상규 전 의원을 포함해 정의당, 국민모임간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컸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의 출마를 두고서 정의당은 '환영', 노동당은 '유감' 반응을 보이며 표정이 달라진 상황이다.

꼬여있기는 광주서구을도 마찬가지다. 정 전 의원이 속해있는 국민모임 등은 그동안 천 전 의원의 영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천 전 의원이 국민모임에 합류하는 것을 고사함에 따라 국민모임은 정의당측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민모임은 진보정당들과 선거 공동대응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광주에 있는 정의당후보를 그 틀에서 지지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재보궐선거에서 공동운명체 성격을 띄고 있는 정 전 의원과 천 전 의원이 각각 국민모임과 무소속 후보를 표방함에 따라 진보진영간의 연대 셈법도 복잡한 상황이다.

진보진영 간 연대를 모색했던 4자(정의당, 노동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협의회가 정 전 의원과, 천 전 의원의 출마로 꼬여버림에 따라 소야권연대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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