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새누리당이 정동영 전 의원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4·29 재보선을 앞두고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 출마선언을 한 상태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정태호 후보 보다 오히려 여론조사 추이 등을 면밀히 관찰하는 모습이다.

당내 재보선기획단 핵심 관계자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후보가 출마한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정 전 의원 행보를 눈여겨보는 것은 단순히 재보선 차원이 아니다. 내년 총선구도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더 크다. 정 전 의원이 선전할 경우 야권발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내년 총선이 여야 양자가 아닌 다자구도로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우리 측 후보가 당선되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 전 의원이 1위를 하는 게 우리에게는 차선의 시나리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천정배 전 의원이 광주 서을에서 선전하면서 정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천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호남 민심이 무소속인 천 전 의원 쪽으로 흐를 경우 서울 관악을에도 비슷한 바람이 불 것이라는 얘기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 전 의원이 나홀로 출마했다면 파괴력이 떨어졌을텐데, 천 전 의원이 광주에서 나서면서 야당에 대한 심판론 바람이 세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과 국민모임으로 분할될 경우 여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도 덧붙였다.

야당은 여론조사에서 정 전 의원 지지율이 아직까지 3위에 그치는 등 바람이 위력적이지는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이를 차단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 유리한 구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 전 의원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탈당을 한다면 당이 엉망이거나 노선이 다를 경우인데, 지금 당 지지율은 30%를 넘나들고 있고 선명성을 따진다면 진보세력으로 옮기는 게 맞다"면서 "정 전 의원 탈당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