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가격표시제 시행된 지 2년 지났으나 실효성은 떨어져

서울의 한 미용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 미용실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된 지 2년 만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 제도는 소비자 선택권 강화와 요금 안정을 위해 2013년 1월 도입됐다. 당시 매장 면적 150㎡(45평) 이상의 음식점과 함께 66㎡(20평) 이상 미용실이 규제대상이었다.

최근 확인한 서울 명동의 미용실들은 대부분 옥외가격표시제를 지키고 있었다. 커트, 파마, 드라이 등 이용 항목 별로 요금이 표시돼 있어 길거리에서도 쉽게 가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문제가 됐던 머리 길이별 추가 요금 등도 소비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가격이 정찰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에게 안내된 가격과 실제 금액이 다른 경우가 많아 소비자 선택권 강화라는 도입 취지를 무색케 했다.

외부에서 가격을 보며 서성이자 한 개인미용실의 주인은 "어떤 스타일을 하러 오셨냐"며 "가격을 잘 해드리겠다"고 꼬드겼다. "드라이를 하려고 한다"는 말에 주인은 "원래 3만원이고 기장추가도 있는데 하시면 2만5000원에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결국 3만원이라 표시된 가격이 정찰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지역에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대형 미용실들이나 청담동의 미용실들도 마찬가지다. 명동에만 4개 이상의 지점을 갖고 있는 이 미용실도 "드라이를 하려고 하는데 가격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자 "기본 드라이는 2만5000원, 웨이브드라이는 3만원인데 얼마 정도 생각하고 계시냐"며 가격을 할인해줄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미용업 관계자들은 옥외가격표시제를 지키고는 있지만 있으나 마나한 제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담동의 한 미용실 관계자는 "사실 청담동의 미용실에 오는 고객들은 가격보단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방문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가격대를 인지하고 있는 편"이라면서 "이 동네는 소개나 입소문이 중요해 그렇게 오는 경우엔 서비스도 주고 가격도 할인해주는 등 더 잘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미용실이 아닌 대형미용실은 디자이너 별로 가격이 다르고 단골이나 쿠폰고객들은 표시된 가격보다 저렴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표시제를 하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적었다. 청담의 한 미용실의 단골이라는 박모(30)씨는 "이런 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다"면서 "어차피 여기만 오니까 가격을 비교해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가격이 저렴한 건 아니지만 여러 군데 다녀보니 내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게 해주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지불해야 하는 것 같다"면서 "좀 더 저렴한 곳으로 옮겨보기도 했지만 가격만 싸지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어 이곳으로 계속 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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