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이란 핵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 핵 협상은 지난 2일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타결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9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이란에 대한 모든 제재조치는 (6월말) 협상이 서명되는 시점에 함께 제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주장대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다른 과정과 연계돼 있다면 협상을 할 이유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메네이는 또 이란의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외국의 전면적인 사찰을 허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가 없다"면서 "아직 이번 협상이 완결된 것도 아니고 따라야할 의무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입장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제프 래스키 미 국무부 부대변인 대행은 같은 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최종도출된 합의에 따라 이란측이 어떤 조건을 만족시켰다는 검증이 이뤄졌을 때 제재가 단계적으로 중단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제재의 중단이나 완화는 이란이 요구받은 절차를 완료하고 브레이크 아웃 타임(핵무기 제조를 결심한 시점부터 핵물질을 확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적어도 1년 이상으로 늘어난 뒤에야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메네이의 발언은 향후 미국과의 세부 협상을 앞두고 양보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도 깔고 있다. 그럼에도 이란의 최고 지도자가 핵심 쟁점 사항에 대해 강경한 '레드 라인(양보할 수 없는 선)'을 그어두었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은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에서도 협상 실패론이 거세게 고개를 들고 있다.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오바바 대통령의 협조 요청 전화를 받고도 이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6월 30일로 예정된 이란 핵 협상 종결 합의와 경제 제재 해제 전망이 모두 불투명해지자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서부텍스산 원유 (WTI) 가격은 이날 달러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0.7% 상승하며 마감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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