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 완화 검토,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 우선 도입
조기 출현 위한 최선의 노력 약속…정부안 마련 6월까지
은행들의 능동적 대응 방식 당부…"자기시장 잠식 두려움 극복해 달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일각의 인터넷전문은행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 "외면하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또 "지금이 인터넷전문은행 탄생의 적기(適期)"라고 했다.

임 위원장은 16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서울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세미나'에서 축사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실효성이나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지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이미 인터넷뱅킹이 잘 돼있어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안주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거대한 핀테크 물결을 외면하다보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세계 금융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논의가 해외 선진국 대비 다소 늦은 것에 대해 임 위원장은 긴 호흡을 당부했다. 핀테크(금융+IT)가 한 순간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먼 장래까지 지속될 대세적 흐름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늦었다고 서두르지 말고, 보다 긴 호흡으로 우리 금융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지금이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탄생의 적기이자 호기"라고 표현했다.

금융산업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마중물 역할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우리 은행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세계시장으로 뻗어가는 첨병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시기에 대해선 '조기 출현'이라는 표현으로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약속했다. 그는 "우리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최대한 조기에 출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해선 그동안 견지해왔던 은산분리 규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보험·금융투자 같은 금융업에 진출하는 걸 막는 금산(金産)분리에서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부분만을 일컫는 말이다.

계좌개설 시 비대면 실명 확인 방식도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하겠다고 했다. 다만, 비대면 거래 시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임 위원장은 "계좌개설시 비대면으로 실명을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문제는 모든 금융회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내용"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변화를 약속한 임 위원장은 은행권의 능동적 대응 방식을 주문했다.

임 위원장은 "당국은 온라인을 통한 금융서비스가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도록 제도와 규제를 재설계하겠다"며 "은행들도 자기시장 잠식, 즉 카니발라이제이션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러한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토론 내용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 및 현장 실무자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6월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관한 정부안을 마련·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4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모델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여러 방안 등을 논의했다. TF에는 한국금융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 금융결제원, 금융지주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TF에서 논의된 내용은 ▲도입필요성 ▲해외사례 ▲실명확인 방법 ▲은산분리 완화 ▲자본금 등 진입요건 ▲대주주 거래제한 ▲자금조달 및 수익모델 등이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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