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기여기간 36년 연장..소득재분배 기능 신설 탓
개혁 강도 낮은데 속도 더뎌 공무원 내 불평등 우려도

[아시아경제 서지명 기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오히려 연금을 더 받는 공무원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의 강도는 약한데 반해, 기존에 없던 소득재분배 기능을 넣은 데다 공무원연금 가입기간을 기존 33년에서 36년으로 늘린 탓이다.

6일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을 분석한 결과 기존에 최대 33년까지 인정하던 연금기여기간을 36년으로 연장한 데다 소득재분배 기능을 신설하면서 오히려 기존보다 연금을 더 받는 공무원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합의안은 공무원연금 기여기간을 기존 33년에서 단계적으로 36년까지 연장토록 했다. 연금은 가입기간이 늘면 그만큼 연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존에는 33년으로 묶어놓았지만 이를 36년으로 높인 것이다. 때문에 지급률이 1.7%로 떨어짐에 따라 소득대체율도 낮아져야 하지만 가입기간이 연장되면서 소득대체율이 현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금 지급률을 기존 1.9%에서 1.7%로 낮추되 고위직과 하위직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를 돕는 역할을 하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넣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오히려 현재보다 연금을 더 받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 위원은 "지급률이 많이 안 깎이고 또 장기간에 걸쳐 깎이다 보니 오히려 3년 더 가입하게 되면 일부에서는 오히려 연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연금은 100% 소득비례연금이고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한 제도인데 수익비(낸 기여금 대비 연금급여액)를 기준으로 비교논리를 내세우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넣기 보다 하위직 공무원들의 임금을 올려주는게 낫다"며 "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 보니 효과가 뒤죽박죽"이라고 꼬집었다.

또 개혁 강도는 낮은데 반해 개혁 속도는 더뎌 공무원 내 연금지급 불평등이 악화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안은 연금 지급률을 1.9%에서 1.7%로 20년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연금지급개시 연령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해 오는 2033년이 되면 모든 공무원이 65세부터 연금을 받도록 했다.

윤 위원은 "개혁 강도가 너무 약한데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다 보니 현재 40~50대 공무원들은 고통분담이 안되고 재정문제는 후배 공무원들과 국민들이 담당하게 됐다"며 "공무원 안에서도 선배세대와 후배세대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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