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정청래, 비노 주승용에 "공갈 사퇴" 직격탄
공무원연금 논란에 잠잠하던 계파 갈등 수면 위로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8일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며 최고위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을 계기로 야권의 계파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주 의원은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으며 비노(비 노무현계)로 분류된다. 4·29재보궐선거에서 야권의 심장인 광주를 내줄 만큼 돌아선 호남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당 지도부 책임론을 꺼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을 다독여야 할 때 주 의원이 최고위원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친노의 패권주의에 유일한 호남 최고위원이 사퇴했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주 의원에게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린 정청래 최고위원은 친노로 분류된다. 정 최고위원의 이 발언이 당내 계파 갈등을 재점화시킨 셈이 됐다.

실제 주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를 표명하고 퇴장, "이것이 바로 패권정치의 극단적 모습"이라며 "친노 패권정치 청산에 대한 입장표명이 없으니 이제는 물러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가 다급히 진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갈등을 우려해서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 해서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말씀한 것은 조금 과했다"며 "적절한 사과 등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출신 비노계 한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으로 재보선 패배 이슈가 다소 잠잠해졌는데 엉뚱한데서 문제가 터졌다"면서 "재보선에서 호남 민심 이반을 봤으면서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질타했다.

호남 출신 한 의원은 "재보선이야 몇 석 안 되지만 총선은 얘기가 다르다"면서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르려는 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호남에서 무소속 바람이 불 경우 전체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텐데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이 계파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언주 의원은 SNS를 통해 "주승용 최고위원은 유일한 호남 지역구이며 비노계 최고위원"이라며 "이런 상황으로 지도부에서 사퇴하면 당의 앞날이 어떻게 될까요"라고 했다. 이어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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