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1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66호. 침묵을 깬 여자 변호사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이 수급자의 경우 18세부터 30년 이상 담배를 태웠고, 후두암에 걸렸다. 환자에게 직접 확인한 자료다. 이 대상자는 흡연력이 20갑년 이상이고 폐암가 후두암으로 치료를 받고있지만 아직까지 흡연을 중단하지 못하고 있다. 흡연은 자유의지가 아닌 니코틴의 의존성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박형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흡연피해 손해배상 소송 4차 변론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안선영 변호사는 소송 대상자 3484명의 문진자료와 급여비 내역을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론을 폈다.

3차 변론에서 필립모리스코리아 측 변호인단이 건보공단에서 제시한 폐암 환자들의 진료비 기록 가운데 일부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공공기관 최초로 흡연피해 담배소송을 제기했다. 건보공단 빅데이터를 통해 흡연과 인과관계가 높은 편평상피세포 폐암과 소세포 폐암, 편평상피세포 후두암 등 3개 암에 걸린 환자 가운데 20갑년 이상 담배를 태운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지급한 진료비를 계산했다.

이날 건보공단이 제출한 자료는 빅데이터를 통해 뽑아낸 폐암 환자의 성별과 흡연량과 흡연량을 확인한 검진연도, 사망연도, 진료비 내역 등이 담겼다. 담배 흡연으로 이들에게 폐암 등이 발병해 공단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자료다.

자료를 보면 3484명의 소송 대상자 가운데 지난해 12월 기준 생존자 724명, 사망자 2760명었다. 진단받은 암종은 편평상피세포 폐암 2163명, 소세포 폐암 844명, 편평상피세포 후두암 477명 등이다.

안 변호사는 "피고 측에서 지적한 개별 대상자와 가족의 확인서를 통해 20갑년 이상 흡연사실을 재확인했다"면서 "소송 대사자들이 다른 원인에 의해 폐암 등이 발생했다는 점은 피고가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KT&G와 필립모리스코리아,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 등 소송을 당한 3개 담배회사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3484명의 급여자료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협공을 폈다.

KT&G 측 변호인단은 "3484명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이름이나 주소도 모른다"면서 "원고가 3484명에 대한 자료를 거짓과 착오없이 계산했고, 개인들이 폐암에 걸렸다고 말했다고 판단할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어 "개별 수급권자의 인적사항만 담겨있는 가공한 목록이 증거가 될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소송 대상자인 3484명이 3개 담배회사의 담배를 태웠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논리도 폈다. 필립모리스코리아 측은 "증거가치의 신빙성은 원고가 증명해야 한다"는 논리로 대응했고, BAT 측 변호인은 "이번 담배소송이 금연 홍보운동을 위해 제기한 것이 아니라며 소송 대상자의 진료기록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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