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지난달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7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3월 하락하다 한 달 만에 또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4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15.34포인트로 2008년 2월(118.79) 이후 가장 높았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61개국의 통화가치 변동과 교역 비중,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산출하는 지표다.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나타내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2010년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그 나라 화폐 가치가 고평가됐고,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연초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행렬이 환율 전쟁 양상으로 번지자 지난 1월(114.6) 한 달 새 3.7% 치솟았던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2∼3월엔 두 달 연속 하락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75%로 내린 이후 원화 강세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데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돼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서다.

지난달 다시 원화 실질실효환율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은 엔화와 위안화다. 지난달 달러화 대비 엔화의 평균 환율은 달러당 119.5엔으로 한 달 새 엔화 가치가 0.7% 절상됐다.

같은 기간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112.57원에서 1088.66원이 돼 원화 가치가 2.2% 올랐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속도가 엔화 가치 상승 속도보다 3배 정도 빨랐던 것이다. 이에 따라 원·엔 재정환율이 900원 아래로 떨어져 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커져 4월 한 달간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가 1.5% 절상된 점도 실질실효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 수출에서 대(對) 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4%(지난해 기준)이기 때문에 실질실효환율을 산출할 때도 위안화 비중이 28%로 가장 크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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