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연인 관계인 A씨와 B씨는 며칠 전 시내에서 신호대기 정차 중 경미한 후미추돌 사고를 당했다. 뒤범퍼 교체비용 견적이 20만원으로 나올 정도로 작은 사고였지만 이들은 이틀 후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당일 보험사에는 '너무 아프니까 합의는 다음에 보자'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며칠 뒤 이들은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합의를 보자'고 말한 뒤 서둘러 병원을 떠났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로 보험 적폐인 '나이롱 환자'가 줄었다. '아픈 척'하는 가짜 입원환자들이 메르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꼬리를 내렸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이후 경미한 교통사고와 질병 등으로 인한 입원과 보험금 청구 건수, 지급금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손해보험사는 메르스 발생 이후 지난 12일까지 교통사고 고객들의 평균 접수율과 입원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각각 11%, 5%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 보상담당직원은 "예전 같으면 아주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거나 입원을 하겠다고 말하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메르스 사태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보사의 보상담당은 "이미 병원에 입원해 있던 나이롱 환자들의 상당수도 퇴원하는 분위기"라며 "메르스 때문에 사람들이 외출을 꺼려하기 때문에 대인ㆍ대물 사고 건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원치료를 받는 고객들도 줄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올 3~4월에 교통사고를 당한 고객들의 경우 보통 일주일에 2~3회씩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지만 최근 들어 보험회사 보상직원에게 먼저 전화를 해 메르스 때문에 병원을 가기가 두려우니 합의를 보자는 전화가 잦아졌다"고 밝혔다.

B생명보험사도 질병 등 사고보험금의 고객 청구 건수가 지난달 일평균 9700건에서 이달 들어 8600건 수준으로 11% 감소했다. 지급금액도 같은 기간 일평균 110억원에서 96억원으로 13% 줄었다.C생보사도 사고보험금 지급건수와 보험금이 4월 5만10건, 330억원에서 지난달 4만1518건, 282억원으로 감소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나이롱 환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고 입원 통원 의료비 청구는 퇴원 후 일정기간이 지나 이뤄진다는 점에서 보험사 손해율에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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