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삼성물산이 지분 7.12%를 보유한 3대주주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주주총회 안건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엘리엇이 요청한 현물배당과 주총 결의만으로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안건을 상정하며 7월 17일 열리는 삼성물산 임시주총에서의 표대결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엘리엇이 제안한 '회사가 이익배당의 방법으로서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의 개정의안'과 '이사회결의뿐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로도 회사가 중간배당을 하도록 결의할 수 있는 근거를 정관에 두도록 개정하며, 중간배당은 금전뿐 아니라 현물로도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의안'을 이번 임시주주총회 의안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엘리엇의 주주제안과 관련, "일부 위법 소지가 있으나 원활한 합병절차 진행을 위해 주주제안을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물산 이사회는 "이번 합병은 초일류 기업으로 시너지를 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음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이 엘리엇의 정관 변경 안건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며 관심은 오는 7월 17일 열리는 임시주총으로 향하고 있다. 엘리엇이 주주총회 결의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주총회를 열기로 한 만큼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삼성물산은 임시 주총에서 엘리엇과의 본격적인 표대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된 주총 안건에 따라 삼성물산은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 ▲현물배당과 관련한 건 ▲주총 결의로도 중간 배당 결의 여부 등 3가지 안을 놓고 표대결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엘리엇의 요구를 별다른 이의 없이 받아들인 배경은 원활하게 합병절차를 진행하되 엘리엇과의 표대결에서는 자신이 있다는 의사로 비춰진다. 현재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우호 지분 끌어모으기에 나서며 본격적인 표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외국계 주주 상당수가 엘리엇편에 설 것으로 전망했지만 증권가는 삼성물산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삼성물산의 우호 지분에 더해 KCC가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취득하며 5.95%의 의결권을 더했고 국민연금 역시 합병이 파기 될 경우 발생하는 손해가 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반대표를 던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해 외국계 주주들도 저마다 의견차가 있는 만큼 삼성물산이 현재로선 표대결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삼성물산의 주총 정관변경 안건 상정은 엘리엇에 지나치게 끌려다니는 현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합병건으로 엘리엇과의 표대결 전면전을 펼쳐야 되는 상황에 처한 만큼 굳이 엘리엇의 안건 상정을 반대해 주도권을 넘겨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한편 이날 KCC는 제일모직의 지분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이날 기준 KCC의 제일모직에 대한 지분율은 10.19%다. 삼성물산 공시에 따르면 KCC는 삼성물산 지분도 5.96% 보유 중이다.

KCC가 삼성의 우호지분으로 등장한 가운데, 표 대결과 앞으로 합병 과정에서 법적인 하자가 없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KCC는 지난 3월 이대익 당시 KCC인재개발원장(부사장)이 제일모직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되기 전,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하는 목적이 '단순투자'라는 점에 대해 여론의 지적을 받았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특수관계인이 보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5%가 넘으면 보유상황과 경영참여 여부를 기재하는 보유 목적을 기재토록 돼 있다. 단순투자를 위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회사 임원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5%룰'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대익 전 부사장이 인재개발원장에서 자진 사임했다. 일련의 상황이 있었던 만큼 법적인 하자가 없도록 여러 부분들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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