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자료 손수 준비한 김동연…정치권 메시지에 심사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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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치권이 주축이 된 ‘상생과 통일포럼’ 기조연설을 위해 며칠 동안 발표자료를 손수 준비했다. 전날 종합국정감사를 마친 후 시각효과를 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늦은 밤까지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이날 정치권에 보내는 메시지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발제 내용을 보면 부처 차원에서 내놓기는 쉽지 않은 것들”이라면서 “부총리가 여야 정치권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총리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밝힌 발언은 예상보다 수위가 높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연설 전 “개인적인 견해”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8월에 모 일간지에서 ‘경제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는 조사에 1번이 국회와 정치권을 찍고 있다”며 정치권이 가장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정책들이 과거 한 당에서 찬성했다가 반대로 돌아섰거나 거꾸로 반대하다가 찬성으로 돌아섰다”, “여야를 막론하고 언제는 찬성했다가 언제는 입장이 바뀌었다”며 강한 어조로 정치권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기승전 최저임금’으로 불릴 정도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정부 비판에 대해서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이 공약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언급했다. 기초연금 하위 70%에 30만원을 지급하는 공약은 문재인 대통령 정책이지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같은 공약을 했다”고 정치권에 화살을 돌렸다. “허황된 담론은 있는데 정책은 없다”고도 했다.

이 같은 비판은 타협과 조정을 통해 속도감있게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주 기재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창출 지원대책’에서는 규제혁신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공유경제 활성화와 의사·환자 원격진료가 해당 부처와 이익단체, 이들을 감싸는 정치인들의 반대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작 중요한 혁신은 사라지고 단기일자리로만 채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부총리는 이후 국정감사에서 ‘공유경제와 원격진료 규제 해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자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이게 현실이고 실력이다”고 한계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에 대해 “일부가 자기 안경을 끼고 있다”고 보다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김 부총리는 평소 ‘소득주도성장은 수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부의 편중과 소득구조 왜곡이 심화되고 있어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 자체보다는 그것이 갖는 의미, 내용을 놓고 토론을 벌여야 한다”며 완곡하게 반박해 왔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는 “빨간 안경을 쓰신 분은 빨갛게, 파란 안경을 쓴 분은 파랗게 보인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기조연설 마지막에 “타협과 조정에 있어 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대목도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의미가 있다.

김 부총리가 정치권에 대해 평소와 달리 발언을 강하게 한 것은 경제를 살리는 것도 결국 정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저서 제목인 ‘경제는 정치다’를 거론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날 포럼에서 토론을 맡았던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혁신성장은 경제의 몫이기도 하지만 이 전 부총리 저서처럼 정치권이 도와달라는 의미를 던진 것”이라고 김 부총리의 연설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