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가 멤버들의 멘트 하나까지 모두 지시된 대본이 공개돼,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를 무색케 하고 있다.

방송작가협회의 기관지 방송문예는 12월호에서 '패밀리가 떴다'의 3회 강골마을 편 대본을 공개,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본에서 작가들은 구체적인 게임 설정과 멤버들의 멘트, 나아가 멤버 간의 호칭까지 미리 정해줘 연예인들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민망하게 만들었다.

방송문예에 공개된 대본에 따르면 작가들은 비행기 안에서 이효리와 박예진이 게스트 박해진에게만 계속 말을 거는 등의 장면을 연출할 것을 주문하고, "호칭은 패밀리니까 형, 오빠, 야 등으로 편하게 불러주세요"라고 부탁한다.

또 마을을 둘러보는 액션과 잠자리 순위로 다음날까지 놀리는 장면까지 미리 대본상에 체크해뒀다. 게임이 끝나고는 "혹시 상대팀이 넘어져서 일어나는데 시간이 걸리면 너무 차이나지 않게 살짝 여유를 부리시는 센스를 발휘해주세요"라고 언급해뒀다. 또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반응해달라는 등의 주문도 있다.

이 대본이 공개되자 온라인은 발칵 뒤집혔다. 그동안 큰 틀만 있는 상태에서 100% 스타들의 캐릭터로만 움직이는 줄 알았던 '패밀리가 떴다'가 실은 치밀한 각본에 의해 짜여져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물론 쇼 오락 프로그램에 대본이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리얼 버라이어티라며 100% 리얼 상황을 강조해온 프로그램으로서는 이같은 대본의 존재가 향후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쟁 프로그램에도 불똥이 튈 전망. 네티즌은 같은 장르로 분류되는 KBS '1박2일'과 MBC '무한도전'의 대본도 어느 수위인지 궁금하다며 호기심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패밀리가 떴다'는 지난 4일 방송에서 지난해 12월에 녹화한 방송분량에서 새해 일출을 보는 광경을 연출, '억지 편집'과 관련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바있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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