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애써 봉합한 당내 친이·친박 계파싸움이 경주재보선으로 본격 재점화하고 있다.

애초 친이 정종복-친박 정수성 후보가 맞붙어 일찌감치 계파 갈등의 씨앗을 잉태한 경주 재보선은 이상득 의원이 정수성 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논란이 퍼지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경주 재보선의 키를 쥔 것이나 마찬가지인 박근혜 전 대표가 1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한마디로 우리 정치의 수치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경주 재보선은 이상득-박근혜 싸움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의원이 경주 재보선에 힘을 쏟아붓는 것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측근인사인 정종복 후보가 또다시 패배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후폭풍을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공천 책임론의 화살이 집중되며 당내 비난에 고스란히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발언에 대해 "원칙적인 말이다, 그렇다고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날 작심한 듯 '정치의 수치'라는 과격한 단어를 사용한 것은 그 당사자가 이상득 의원임을 감안하면 더 이상 묵과하기 힘들다는 결심이 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당내 한 인사는 "시기가 언제냐일뿐 갈등은 이미 예고된 것이 아니었느냐"고 애둘러 말했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과 당협위원장 교체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올것이 왔다는것.

친이· 친박의 본격 대립에는 박연차 리스트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검찰 리스트에 허태열 · 김무성 등 친박 중진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등 민주당뿐만 아니라 당내 '친박'도 압박하는 거 아니냐는 시선이 매섭다.

이날 두 의원은 최고· 중진 연석회의에서 검찰의 부당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이측은 아무런 논평없이 묵묵히 듣기만 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뭐라고 얘기하기가 곤란한 문제다, 아직은 두고 보자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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