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성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있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꼴찌’를 기록하던 2007년 성적부진을 놓고 팬들간 벌어졌던 인터넷공방으로 시작된 법정싸움이 일단락됐다.

구단측을 옹호한 특정 팬을 인신공격한 팬들에게는 줄줄이 벌금형이 내려졌고 이들 중 일부가 고소인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역고소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이준상)는 25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KIA 팬카페장 A씨(39ㆍ광주)에 대한 항소심에서 선고를 유예한 1심을 뒤집고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07년 8월말부터 프로야구 인터넷 논객 B씨 등 KIA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 '호랑이 사랑방' 이용자 10여명을 차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는 KIA가 같은 해 5~6월 치러진 10경기에서 2승1무7패를 기록하며 8개 구단 중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성적하락을 놓고 감독과 단장을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진데 대해 A씨는 "부진의 책임을 단장과 감독에게만 묻지 마라. 퇴진도 함부로 말하지 말라" 등 구단측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호사방' 이용자 중 상당수가 A씨의 글에 '구단측 친척이냐'는 발언에서부터 욕설과 인신 공격성 댓글을 쏟아냈고 이에 참다못한 A씨는 댓글을 쓴 팬들을 줄줄이 고소하며 법적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악성댓글을 단 10여명에게는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줄줄이 벌금형이 선고됐고 이 가운데 공개사과문과 각서를 쓴 4명에 대해서는 고소가 도중 취하됐다.

그러나 피고인 가운데 유명 논객인 B씨는 판결에 불복, A씨를 되레 명예훼손 혐의로 역고소했다. "댓글은 단 적이 없고 A씨가 게시한 글의 일부가 근거없는 비방"이라는 취지에서다.

이에 1심 법원은 A씨가 올린 글 가운데 'B씨가 사람을 때려서 입원시켰다'는 등의 문구는 허위 사실로 B씨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유죄를 인정한 대신 초범인 점 등을 감안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그러자 A씨는 즉각 항소했으나 이번에는 항소심 도중 글의 내용이 사실이고, B씨가 악성 댓글을 단 정황이 속속 드러나 A씨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거꾸로 B씨는 무고와 위증으로 처벌 위기에 놓이게 됐다.

A씨는 "한 번 게재한 악성 댓글은 국내 기술로는 복원시킬 수 없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 황당했다"며 "악성 댓글도 엄연한 범죄라는 사실이 각인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남일보 기수희 기자 hiyaa1020@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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