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5일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크게 결단하면 한국민들은 미래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돼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하토야마 일본 민주당 대표 및 방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자민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가 있느냐에 있다"는 하토야마 대표의 발언에 이같이 밝혔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하토야마 대표는 이날 접견에서 한일 양국의 과거사 문제 극복을 위한 신(新) 한일협력을 강조했다.

우선 "정권교체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이것은 일본의 정치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일본 국민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한국과 달리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가 없었다"며 "이번에 정권교체를 이루게 되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아시아 특히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래 지향을 위해 새로운 발상도 중요하지만 과거를 잊어버린 채 미래를 말할 수 없다"며 "이 점에서 민주당은 (집권하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 문제와 관련, "북핵과 미사일의 직접 위협을 받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가 의미를 가지려면 한일 협력에 미국과의 공조, 중국을 끌어들여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과거사 및 동북아 각국과의 관계 등에 대한 민주당의 진취적 태도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한일 양국이 가까운 나라이고 여러모로 힘을 합쳐야 하는데도 과거사에 묶여 힘을 발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인데 한일관계의 새 페이지를 열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밝혔고 하토야마 대표 역시 "일본 내에 과거를 직시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식민지 침략을 미화하는 풍조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과거에 대해 흔쾌하게 사과함으로써 오히려 더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고 선진대국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고 하토야마 대표는 "전적으로 옳다"며 "우애의 정신으로 한일이 협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공동체로 확대 발전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 대표와의 30분간에 걸친 단독접견 이후 일본 민주당 방한단 의원들과의 환담에서도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공조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역사의 흐름이 빨리 앞으로 가는데 북한은 오히려 거꾸로 너무 빨리 역행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북한이 한미일중의 틈새를 이용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했지만 한미일 3국 완벽한 한목소리와 중국도 호응해 북한 의도대로 잘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일 FTA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신뢰가 쌓이면 뜻밖에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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