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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룸버그뉴스 |
글로벌 경기 침체가 러시아 고급차 시장을 강타했다. 원유를 포함해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돈을 쓸어 담던 러시아 부유층들이 금융 위기 여파로 몰락한 탓에 고급차 구매자가 크게 줄어든 것.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내 고급차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고급차 수입업체들이 시련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 주요 도시의 거리 벽에 신차 판매 광고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포드와 도요타 등 대중차 브랜드는 물론이거니와 슈퍼 럭셔리카 브랜드로 꼽히는 벤틀리와 페라리 등도 판촉 활동에 나선 상황. 고급차 브랜드에게는 요즘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 딱이다.
경기 악화 이전에만 해도 러시아의 부유층들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슈퍼카들을 마치 수집하듯이 사들였다. 고급차 수입업체들은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기만 하면 됐을 정도.
판매가 급증하자 벤틀리와 람보르기니, 페라리와 같은 슈퍼카 브랜드들은 경쟁적으로 딜러십 체결에 바빴고 예비 구매자들은 심지어 한 달을 기다려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객들을 기다리기는 커녕 한 대라도 팔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실정이다. 고급차 고유의 판매 전략을 버리고 중저가 브랜드의 판매 전략을 따라하는 것은 더 이상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니다.
다임러의 최고급 럭셔리카를 수입하는 아빌론의 딜러인 유리 야니킨은 "모든 고급차 업체들이 차값을 깎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고급차 운전자 모임의 회장인 바실리 쿠츠네초프는 "러시아의 고급차 시장은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침체에 빠진 고급차 시장의 상황을 전했다.
다만, 전체 시장에서 고급차 판매는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상반기 러시아 전체 자동차 판매가 50% 감소한 데 비해 고급차 판매는 36% 줄어드는 데 그쳤다.
벤틀리와 페라리, 마세라티 등의 고급차 공식 딜러인 머큐리의 자동차부문 헤드인 오스카 아크메도프는 "제한된 생산량 덕에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판매량은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소 다른 모습이다. 러시아 자동차 수입을 집계하는 조사업체인 아브토스타트에 따르면 벤틀리와 페라리 등 고급차의 상반기 수입은 평균 60% 가량 감소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 근처 머큐리 지점에서 벤틀리를 판매하는 브야체슬라프 쿠체라는 "최근 신규 주문이 없다"고 얼어붙은 고급차 시장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고급차 수입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파격 할인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자동차 수입업체들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타 유럽 국가에 비해 훨씬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서슴치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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