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문용성 기자]윤은혜가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해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내적으로 단단해졌다.

‘엑스맨’ 등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소녀장사’나 ‘장사은혜’ 등의 애칭을 얻은 윤은혜는 그동안 힘센 여성의 캐릭터로 이미지가 굳은 것이 사실. 하지만 실제 윤은혜는 데뷔 시절부터 내성적이고 여린 사람이었다.

그저 잘 아는 사람들, 친한 사람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들만을 상대로 교류할 정도로 낯가림이 심하고,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진솔한 성품을 가진 것. 베이비복스 시절에는 언니 멤버들의 뒤에 가려진 채 앞에 나서는 일이 없었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조차 어려워했던 ‘쑥맥’이기도 했다.

그런 윤은혜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홀로 활동하면서부터다. 그는 최근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혼자 활동하기 전에는 늘 언니들과 함께 다녔기 때문에 내가 나설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예능이나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할 때는 스스로 하는 데 익숙해졌다. 예전과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드라마로 연기자 데뷔를 하는 시점에서는 약과 독을 함께 얻었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오디션에 덜컥 합격했고, 시청률이나 평가도 좋았다. “황인뢰 감독님 앞에서 인터뷰식 오디션을 봤는데 많은 대화 끝에 채경 역으로 발탁됐어요. 그저 제가 살아온 얘기나 성격 등을 말씀드렸을 뿐인데 채경과 제가 거의 일치한 거죠. 제가 확실히 복이 많은 게, 이후에도 차기작마다 별 어려움 없이 주인공이 됐어요.”

하지만 연기자 전업 이후 출연작마다 일었던 연기력 논란은 그가 현재 출연 중인 KBS2 수목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까지도 계속됐다. 하지만 이것이 윤은혜를 강하게 만들었다. “제 연기에 대한 지적은 언제나 있었어요. 처음에는 힘들고 괴로웠는데 이제 많이 익숙해졌어요. 예능에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어떤 캐릭터를 해도 시청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분들이 저를 인정해 주시면서 제가 연기자로 자리 잡아나가게 됐죠.” 상처로 시작해서 약이 된 셈이다.

윤은혜는 연기 데뷔작 ‘궁’으로 시작해 ‘포도밭 그 사나이’, 그리고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을 모두 히트시킨 주인공으로, 높은 시청률뿐 아니라 완성도까지 호평을 이끌어내 이제 ‘배우’라는 타이틀이 무색치 않다. 아니 이제 가수 출신이라는 잔영마저도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 그에게 남은 숙제는 ‘아가씨를 부탁해’를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일. 초반 경쟁 드라마인 SBS ‘태양을 삼켜라’의 약진으로 인해 게임이 안 될 것이라 여겨졌던 판세를 ‘아가씨를 부탁해’는 중반 즈음에 전복시켰다. 요즘은 다시 순위가 바뀌었지만 시청률이 10% 중반을 유지하며 소강상태에서 벗어나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행히 14% 정도 시청률에서 조금씩 오르고 있나 봐요. 무엇보다 기분 좋은 것은 고정 시청자들이 있다는 거죠. 또 본방송 외에 많은 분들이 다른 형태로도 드라마를 접하고 있다는 겁니다. 홈페이지에서 우리 드라마를 응원해주는 분들의 글을 읽어보면 무척 힘이 돼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거고요. 그러면 시청률 면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답게 꽤나 어른스런 소감이다. 그가 입에 달고 사는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처럼 ‘아가씨를 부탁해’가 경쟁 드라마를 물리치고 다시 정상을 탈환할지, 그래서 윤은혜가 명실상부한 주연급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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