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비씨카드 인수에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금융가를 중심으로 KT가 자사가 보유한 통신인프라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신용카드 사업에 큰 관심이 있다는 루머가 결국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KT 관계자는 30일 "KT의 자회사인 KT캐피탈이 현재 비씨카드의 인수건을 검토하고 있다"며"KT의 통신인프라와 비씨카드가 보유한 금융인프라가 더해지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KT가 통신 맞수 SK텔레콤이 하나금융지주와 제휴, 카드사 설립을 추진 중인데 자극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KT의 행보는 이석채 회장이 취임과 함께 내건 경영전략 연장선상에서 봐야한다는 해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회장은 KT의 신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금융업과의 컨버전스를 통한 수익창출에 여러번 호감을 표시한 바 있다.

이는 영국의 BT처럼 기존의 통신망에 새로운 서비스를 얹어 인터넷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로 나가겠다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올해 초 이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탐독을 권유한 '혁신의 새로운 시대(The New Age of Innovation)'라는 책에도 통신업체가 보유한 방대한 네트워크위에 고객의 금융 습관까지 접목한다면 고부가 가치의 마케팅 모델을 실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KT는 은행권이 공동 출자하고 있는 비씨카드 지분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비씨카드는 보고펀드가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으로부터 30.68%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이어 우리은행 27.65%, 신한카드 14.85%, 국민은행 4.95%, 부산은행 4.03% 등이다.

만약 KT가 2, 3대 주주인 우리은행과 신한카드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면 보고펀드를 제치고 비씨카드의 1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도 보고펀드와 KT가 서로 지분 경쟁을 하게된다면 지분 매각가치가 올라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관건은 금융회사들의 태도다. 은행들이 그동안 신용카드업 진출을 모색해온 통신사업자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보고펀드가 타 주주들과 추가 지분에 대한 매입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이 협상의 진척에 따라 KT의 비씨카드 인수 가능성은 원천봉쇄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KT가 SK텔레콤을 의식해 비씨카드 인수에 뛰어 들었지만 한발 앞선 보고펀드와 경합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KT의 거대한 현금 동원력과 네트워크를 감안한다면 주주들의 이해관계에서 KT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T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측에 입장을 전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주주들의 의사에 따라 향후 스케줄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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