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뉴스

월가, 부실 모기지로 쏠쏠한 수익

최종수정 2009.11.23 18:31 기사입력2009.11.23 18:31
글씨크게 글씨작게 인쇄하기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주택 모기지 연체율과 압류가 최고치로 치솟은 가운데 월가의 투자펀드가 모기지 거래로 쏠쏠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체나 압류가 발생한 모기지 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이를 연방주택관리국(FHA) 등과 같은 정부 기관의 보증을 받아 리파이낸싱한 후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형태의 투자방식이 월가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한 것.

예를 들어 1억 달러의 부실 모기지 채권을 4000만 달러에 사들인 투자자들이 FHA로부터 보증을 받아 새 채권으로 발행한 후 지니메이(Ginnie Mae) 등 관련 기관에 되팔게 된다. 이때 리파이낸싱한 채권이 매입 가격인 4000만 달러보다 높게 되면 그만큼의 수익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투자가 FHA와 같은 정부기관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 시장 불황으로 최근 모기지 보증기금마저 바닥이 날 위험에 처해있는 FHA가 이들 업체들의 모기지 투자로 발생하는 리스크마저 떠안게 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업체들이 모기지 부실에 대한 리스크를 최대한 정부 기관에 이전하면서 '단물'을 빼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의 전 관리이자 금융 컨설턴트인 하워드 글레이저는 "시스템 측면에서 투자자들이 부실자산을 매입했다가 다시 청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단기 이익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와 같은 투자펀드 측은 모기지 채권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모기지 담보물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 낮아지는 것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 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정가에도 압력을 가하고 있다. 반면 대형은행들은 이에 따른 모기지 대출 손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상황.

헤지펀드 업체 포트리스(Fortress Investment Group)는 모기지 투자로 수익을 낸 선두그룹에 속한다. 포트리스는 지난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씨티그룹 등의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기 위해 30억 달러의 펀드를 조성했다.

포트리스는 모은 자금을 이용해 FHA나 페니매이, 프레디맥과 같은 정부 기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모기지를 선별해 투자해왔다. 메리다스의 닉 플로레스 사장은 "모기지 투자업체들이 주택 대출자들을 도울 수 없었다면 채권을 사들이는 데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들 모기지 투자펀드로 인해 평균 11%의 모기지 대출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투자펀드들의 모기지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투자의 출처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FHA의 데이비드 스티븐스 감독관은 "FHA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업체들을 살펴보고 있지만, 어떤 대출업체들이 모기지 투자펀드와 거래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