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미국 연방정부가 내년 봄부터 3시간 이상 승객들의 발을 묶어놓는 항공사에 대해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미국 교통부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항공사는 승객들에게 음식과 식수를 제공하지 않은 채 2시간 이상 공항에서 계류할 수 없게 된다. 또 계류 3시간 이내에는 의무적으로 승객들을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레이 라후드 교통부 장관은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항공승객권리장전(passenger bill of rights)의 시행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승객들이 항공 여행 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항공승객권리장전은 최근 몇 년 동안 미 의회에서 단골 논의대상이었으나, 항공사들의 반발이 커 번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지역항공사 익스프레스제트의 콘티넨털 익스프레스가 47명의 승객들을 밤새도록 묶어놓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여론이 급물살을 탔다.

당시 콘티넨털 익스프레스는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로체스터 공항에 착륙했는데 항공사 직원들이 공항 터미널 문을 열어주지 않아 승객들이 비좁은 기내에서 6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후 항공사는 벌금을 무는 제재를 받았지만 승객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보다 포괄적인 상위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게 됐다.

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7~2008년간 한 해 평균 1500대의 항공기, 11만4000명의 승객들이 공항에서 3시간 이상 발이 묶이는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교통부가 발표한 조치는 공고 후 120일 경과하면 효력이 발생하며, 이를 어긴 항공사는 시정명령과 함께 벌금을 물게 된다. 다만 안전이나 보안상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3시간 이상 계류를 허용하는 예외규정을 뒀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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