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서 '총리 공관 오찬이 끝난 뒤 오찬장 문을 열어주지는 않고 열린 문을 잡고 있지도 않는다'는 경호원 증언이 나왔다.

문이 열리면 열린 문을 잡고 있기 때문에 내부를 살피게 되는 게 보통이라는 다른 경호원의 증언과 상반되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29일, 돈이 오갔다는 총리 공관 오찬 때 한 전 총리 경호2팀장이었던 최모씨를 불러 오찬 당시와 전후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경호를 하는지에 관한 증언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최씨는 "오찬이 끝나면 총리나 손님이 직접 오찬장 문을 연다"면서 "(총리)수행비서나 경호원이 대신 문을 열어주진 않는다"고 증언했다.

또 "문이 한 번 열리면 자동으로 고정돼서 누가 특별히 닫지 않는 한 계속 열려있는다"고 진술했다.

경호2팀 팀원이었던 윤모씨는 지난 18일 공판에서 최씨와 전혀 다른 취지로 증언했다. 당시 윤씨는 "오찬장 문이 열리면 열린 문을 잡고 안의 상황이 어떤지 계속 살핀다"고 밝혔다.

이어 "문을 잡고 있으면 의도적으로 보지 않아도 안 쪽 상황이 어떤지 보인다"면서 "총리 위치를 확인하고 내부 상황을 봐야 하기 때문에 빨리 살펴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은 '오찬이 끝난 뒤 의자에 돈 봉투를 둔 채 일행보다 늦게 한 전 총리와 나왔고 한 전 총리가 봉투를 챙겼는지는 기억 안 난다'는 것.

오찬 직후 오찬장 내부를 참석자가 아닌 제3자가 지켜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 여부가 재판부 판단의 주요 기준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당초 조사 때와 달리 법정에서 거짓 진술을 한 혐의(위증)로 윤씨를 지난 20~23일 나흘 연속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윤씨가 처음 조사에서 '총리공관 1층에선 총리 밀착경호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가 법정에서 '밀착경호를 한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검찰은 한 전 총리 재판이 끝나기 전에 윤씨를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 오찬 때 곽 전 사장에게서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힘을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기소됐다. 곽 전 사장은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함께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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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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