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최근 온라인세상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화질구지'라는 새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물론 이런 이름의 새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질문을 하고 여기에 다른 사용자들이 답변을 하는 한 포털사이트 서비스에서 일어난 해프닝이 새로운 이름의 새를 탄생 시킨 것이다.

문제는 한 사용자가 동네 놀이터에서 발견한 새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시작됐다. 어떤 새인지 궁금해 인터넷에 질문을 남긴 것.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사진은 화질이 좋지 않았다. 이에 한 사용자가 답변에 '화질구리네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회질이 좋지 않다는 의미를 '구리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 답변을 보고 또 다른 사용자가 '화질구리'가 새의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화질구리가 맞는 것 같다'는 답변을 남겼다. 이는 다른 사용자의 답변을 참고해 자신의 답변인 것처럼 글을 남기면 포인트 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답변을 남기다 보니 사진 '화질'에 대한 불평을 새의 이름으로 오해한 것이다.

거듭된 '가짜' 답변 속에 새의 이름은 '화질구지'가 됐다. '화질구리'보다 '화질구지'가 새의 이름으로 더 그럴듯해 보인다. 한 네티즌은 "화질구지가 맞다"며 "도서관에서 새에 대한 책을 빌려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친절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압권은 이어지는 또 다른 답변. 다른 이들의 글을 읽고 이 새가 '화질구지'라고 확신한 이 네티즌은 검색을 해도 이 새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자 결국 멸종 위기의 희귀 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진으로 봐서는 확실하지 않지만 화질구지가 맞다. 멸종 위기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도시에서 발견했는지 알 수 없다"는 답변이 천연덕스럽게 올라와 있다. 언뜻 보면 마치 조류 전문가가 남긴 답변으로 보인다.

이 새는 '딱새'라는 다른 사용자의 답변이 올라오자 그제야 '화질구지' 답변은 끝이 났다. 하지만 이 문답을 캡처한 이미지는 블로그와 각 게시판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화질구지'를 멸종시킨 사용자의 답변에는 '성지순례'가 시작됐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방문하는 '순례'인 셈이다. 이미 그 답변에는 60개가 넘는 의견이 달렸다. 결국 이 사용자는 해당 서비스를 탈퇴했다고 네티즌들은 전했다. 아직 이 답변이 농담이었는지 아니면 진짜로 '화질구지'가 새라고 착각한 것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네티즌들은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해당 서비스를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종의 포인트를 노린 수많은 '가짜 답변', '컨닝 답변'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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