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여권내 대권경쟁이 조기에 불붙을 조짐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복지'를 화두로 꺼내들고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면서 다른 잠룡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조기 대권경쟁이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30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들이 너무 조기에 (대권행보에)시동을 걸고 있다"면서 "대선이 2년이나 남았는데 조급한 마음에 뛰쳐나오는 것은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고 정권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용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소를 출범과 오세훈 서울시장·김문수 경기지사의 대선 출마설 등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홍 최고위원은 특히 전날 김문수 경기지사가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송년 모임에 참석한 것에 대해 "무엇 하려고 여의도의 계파모임에 오느냐"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대선이 기웃거리는 것은 올바른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앞서 당내 친이계 최대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전날 오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송년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친이계 잠룡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안상수 대표를 비롯해 정두언 최고위원,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 친이계 의원 30여명이 참석, 박 전 대표의 조기 대권행보에 맞서 '세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가 대선을 2년여 앞둔 상황에서 '대선 출정식'에 버금가는 대규모 복지 공청회를 개최한데 이어 대선 외각조직 격인 국가미래연구소를 출범시키면서 유력 주자가 없는 친이계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때문에 친이계 잠룡들은 일제히 박 전 대표를 겨냥해 견제구를 던지는 모양새다. 김 지사는 전날 함께 내일로 송년회에서 "대권이 조기 과열되면 국가적 리더십에 혼선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당의 유력 대권주자가 진보진영의 전유물인 '복지'라는 화두를 꺼내든 점도 비난의 대상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국형 복지 등 온갖 미사여구를 붙인 복지 구상이 난무하고 있는데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비판했고, 한 중진의원은 "당의 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할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당내에선 19대 총선을 1년여 앞둔 내년에는 이같은 대권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의원들의 '줄 서기'가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수희 장관은 전날 '함께 내일로' 송년 모임에서 "줄을 잘 서자"는 '뼈' 있는 건배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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