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돈보다 값진 소득은 ‘인맥’… VVIP 투자 전략과 한우물 신뢰가 ‘나만의 병기’

“세트 하나를 사시면 한 세트를 더 드리는 이벤트예요. 굳이 사지 않으셔도 되요. 감동적인 사연이 있다면 경품행사에 응모 한번 해보세요.” 본사에서 진행하는 ‘고객 감동나눔 이벤트’를 설명하는 그녀의 말투는 의외로 조근조근했다. ‘차가움’과 ‘강한 카리스마’가 오버랩 되는 첫인상과는 딴판이었다. 웅진코웨이의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Re:NK)’의 뷰티 플래너 이은성(47)씨는 이처럼 늘 고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간다.

솔직함과 친근함은 그녀만의 매력이자 무기다. 단순히 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친구처럼’ 고객의 집안 대소사, 자녀교육 문제까지 함께 고민해준다. 단 지켜야 할 철칙은 있다. 아무리 친한 고객이라도 ‘존칭’을 쓴다. 고객은 항상 존중하과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에서다.

그녀의 직책이 뭐냐고 묻자 사업국장이라고 답했다. 제품 판매라는 본연의 업무 이외에도 뷰티 플래너들과의 미팅 및 영업활동 관리를 담당한다고 말한다. 서울 송파 지역 영업본부를 총괄하는 그녀의 출근시간은 아침 8시 30분. 9시 국장급 회의에 이어 9시 반엔 직원들의 서비스 및 교육에 들어간다. 이후엔 자기업무 시간이다.

내근업무를 정리하니 어느덧 점심시간. 식사는 어김없이 고객과 함께 한다. 오후가 되니 지금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보다 단골 고객을 유지하는데 더 신경을 쓴다. 그래도 하루 최소 2명 정도는 새로운 고객을 만나려 노력한다.

“네, 고객님 안녕하셨어요. 주소와 피부 타입만 알려주시면 바로 보내드릴 게요.” 동행 취재 당일 오후 3시. 고객과의 미팅 중에도 그녀의 휴대폰은 5분 단위로 울려댔다. 옆에서 보기에 시끄러울 정도로 참을성(?)이 필요했다. 이날은 고객이 구매하기로 한 상품을 전달하는 자리. 택배로 보내도 되지만 단골 고객이라 얼굴도 보고 설 명절 선물 판촉도 할겸 겸사겸사 직접 들고 찾아왔단다.

이 사업국장을 안 지 10년 가까이 됐다는 고객은 그녀는 ‘베테랑 중 베테랑’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그녀의 성공 비결 ‘화장품 영업 한우물 만 꾸준하게 파고들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약사처럼 꼼꼼한 뷰티 처방 고객감동

이 국장이 관리하는 고객 수는 150명 정도. 그 숫자가 쉽게 믿기지 않았다. 그 중 70% 정도가 리엔케이에 합류하기 전부터 알던 이들이라 충성도는 꽤 높다고 한다. 방판은 ‘단골장사’란 말을 실감케 했다. 브랜드가 본격 론칭 된 지 얼마 안된 지난 10월과 12월, 월 매출 1억 원을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인맥’이었다.

여기에 “이은성이 파는 제품이라면 믿을 수 있다”라는 신뢰가 오늘의 그녀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한번 믿음을 주면 지속적인 구매를 이끌어내기는 쉽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돈 관계 역시 깨끗해야 한단다.

또 그녀는 자칭타칭 ‘뷰티 전문가’다. 제품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에 전문가 수준의 단어가 술술 흘러나온다. 정확하고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에겐 ‘약사’처럼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꼼꼼히 처방해준다.

고객관리에 있어 그녀만의 차별화 전략도 있을 법 했다. 역시나 기자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VIP 고객을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이라고 귀띔해준다. VVIP 회원 모임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구매력이 높은 송파 지역 내 10명의 고객으로 구성된 ‘송파자문회’가 그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모여 제품 사용평이나 자문을 수시로 들으며 의견을 수렴한다. 네일 관리나 마사지는 그들만의 위한 특별 혜택이다.

10년 전, 그녀가 결혼 후 화장품 판매 영업에 뛰어든 계기는 ‘미(美)’에 관심이 많아서였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그래서 자신이 판매한 화장품을 쓰고 점점 예뻐지는 고객을 볼 때다. 그렇게 열심히 뛰다보니 통장에 잔고도 쌓여 나갔고(한 달 순수입만 많을 땐 1000만 원을 넘는다), 남들보다 빨리 사업국장의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까다로운 고객이 평생 고객 된다

그에게 수입보다 소중한 것이 뭐냐고 묻자 사람이라고 단 한마디로 말했다. “좋은 인맥을 많이 만드는 것이지요.” 과거엔 방문 판매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 애환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마음을 담아 샘플을 건넸는데도 ‘됐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순간 서운한 마음도 든단다. 하지만 10년을 화장품 방판에 몸담다 보니 이제 ‘도인’의 경지에 올랐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도 잊지 않았다. “가장 까다로운 고객이 결국 평생 고객이 되더라구요. 이런 분들께는 한번 믿음을 주면 완전히 자기 팬으로 만들 수 있죠.”

그녀의 목표는 이 일을 즐기면서 60세까지는 현장에서 뛰는 것이다. 직책에는 큰 욕심을 내지 않을 생각이다. 동행 취재 일정이 끝나고 나니 그녀는 또 고객과의 약속을 위해 분주하게 자리를 옮겼다. 그와 했던 짧은 시간, 그러나 긴 여운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엔케이 2400명 뷰티 플레너 그녀들의 성취
세일즈 명가 웅진 방판 노하우 무장
제품론칭 4달 만에 200억 매출 기염

고기능성 셀에너지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는 국내 방판 신화 ‘웅진’이 고급 화장품 방판 시장의 2강 구도(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를 깨보겠다며 지난해 9월 출범시킨 야심작이다.

웅진코웨이 화장품 연구소의 피부 노화 연구를 통해 세포의 구조와 역할에 착안해 세포 자체의 힘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브랜드 모델로는 프리미엄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깨끗한 피부결의 ‘고현정’을 선택했다.

리엔케이는 국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지 4달 만에 매출 200억 원을 달성했다. 애초 매출 목표의 두 배였다. 이 같은 빠른 성과 뒤엔 2400명의 뷰티 플래너(방문판매원)가 있었다.

리엔케이의 뷰티 플래너들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웅진의 축적된 방문 판매 노하우를 그대로 계승했다. 최신 IT기기로도 무장했다. 그녀들의 한 손엔 종이 카탈로그 대신 태블릿 PC인 ‘갤럭시탭’이 들려 있다.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의 피부 타입을 그 자리에서 진단해주고, 온라인으로 제품 주문까지 돕는다. 갤럭시탭엔 모바일 제품 카탈로그와 동영상 강의인 모바일 러닝 프로그램도 탑재돼 있어 고객관리에 더욱 유용하게 사용한다.

웅진코웨이는 기존 480만 명 고객과 1만 3000여 코디 조직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화장품 방판 채널 재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내 뷰티 플래너 조직을 3000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또 단계적으로 다양한 제품 라인을 출시해 2012년 연매출 800억 원, 2014년까지 2000억 원을 달성해 국내 TOP3 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믹리뷰 전민정 기자 puri21@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