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국은행이 13년만에 대규모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과 인원을 감축하고, 글로벌·조사 부문을 강화하는 한편 성과중심 체제로 개편해 직원간에도 연봉차를 두기로 했다.

한은은 21일 중앙은행 기능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김중수 총재 취임 직후 추진된 조직개편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한은 전체의 직체계와 조직운영방식을 함께 바꾼 것은 지난 1998년 한은법 개정에 따른 개편 이후 13년만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군제의 폐지다. 직군제는 직무의 연관성·유사성이 높은 본부 국·실에 5개 직군을 정하고 2~4급 직원은 원칙적으로 소속직군내에서만 근무토록 했던 제도다.

김태석 한은 조직관리팀장은 "직군제 폐지로 인해 부서간 소통이 활성화되고,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조직 및 인사관리의 유연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위조직도 축소한다. 한은은 상위조직인 국·실을 30개에서 26개로 감축하고, 16개부서(12국 2실 1원 1센터)를 15개부서(11국 1실 3원)로 개편하는 한편 국 소속의 14개실을 11개로 줄인다. 또 이에 맞춰 1급 직원 4명을 포함, 총 21명의 정원을 감원한다.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글로벌 역량도 제고할 방침이다. 일단 연수원과 인재개발원을 개편하고, 전문성이 큰 외화자금국을 외자운용원으로 확대개편한다. 연구업무 관련 부서장들이 참여하는'연구위원회'를 신설하고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위원장을 맡게 될 방침이다. 국제협력실 역시 내부에 협력기획팀, 국제의제팀 등을 신설해 기존 3개에서 5개로 확대한다.

또 외부 인력을 적극 기용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외자운용원의 원장 및 간부직원을 대내외 직책공모를 통해 전문가로 보임하고, 경제연구원장이 겸임하는 수석이코노미스트 제도를 도입한다.

수평적 평가제도인 동료평가제도를 도입 연구해 올해 안으로 시행하고, 특별성과에 대한 가점 및 성과제를 도입해 1년에 두 번씩 평가하고 상여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1급과 2급의 연봉 기준으로 가장 많이 받는 사람과 적게 받는 사람의 차이가 5%(400만원) 밖에 나지 않는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지역본부에서 맡고 있는 화폐 수급업무를 5개 정도의 대형지역본부로 집중하고, 전체 화폐수급규모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 및 중부지역의 화폐수급업무를 집중 처리하는 화폐센터를 설치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글로벌 인재들의 외국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연수를 늘리고, 글로벌 연수 과정을 도입해 연말께 개도국 중앙은행 직원들이 한은 연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고급직무연수를 확대해 2~4급 직원들이 중앙은행 고유업무, 전문지식을 배울 수 있는 연수를 개발·참여할 예정이다.

단 이번 조직개편에서 감원된 정원이 21명에 불과하고 1급들의 인사 이동폭도 크지 않아 '실속이 없다'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60년간이나 오래 유지된 조직을 대폭 개편하기는 어렵다"며 "사회 내 지위 및 역할로 보면 상당히 많이 바꾼 편"이라고 말했다.

지역본부 축소로 인한 한은 노조의 반발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조는 잇따라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지역본부 축소 등을 포함한 조직개편안을 백지화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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