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최근 재정적자 감축을 골자로 하는 2011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한 인도에 대해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한마디로 FT는 "인도가 일본이 되고 있다"는 말로 인도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의지에 의문을 던졌다.

이는 정부지출증가에 고삐를 바싹 죄고 있다며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한 월스트리트 저널(WSJ)과는 분명한 대조를 이뤘다.

사실 인도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으로 200%인 일본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FT는 적자 감축의지를 물고 늘어진 것이다.

프라납 무케르지 인도재무장관이 지난 달 28일 발표한 2011회계연도(2011.4.1~2012.3.31)에 따르면 예산의 총규모는 12조5800억 루피(2778억9000만 달러)로 2010 회계연도에 비해 3.4% 증가했다.

인도정부는 과거 최대 20%까지 치솟은 예산증가율을 이같이 낮춤으로써 재정적자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무케르지 장관은 2011 회계연도재정적자 감축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4.6%로 설정해 올해 당초 목표(5.5%)와 수정목표(4.8%)보다 크게 낮췄다. 무케르지 장관은 그러나 올해 재정적자를 5.1%까지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당초 계획된 재정적자 목표보다 더 낮은 수치를 목표로 제시한 것은 정부의 재정안정에 대한 약속은 물론,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해야 하는 중앙은행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방법이다. WSJ조차도 재정지출을 줄이고, 식료품과 석유,비료 보조금을 약속한대로 12% 감축할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고 있을 정도다. 더욱이 집권당은 임박한 선거를 겨냥해 식품보조금을 전 인구의 7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터라 더욱 더 그렇다.

세수확대 계획도 의문이 가기는 마찬 가지다. 인도 정부는 연 9%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입을 17% 늘리는 예산안을 짰다. 일부는 내년에 경제성장으로 세수가 25%나 증가할 것으로 낙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도 경제의 성장 모멘텀은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고 모건 스탠리의 신흥시장 부장인 루치르 샤르마는 지적하고 있다.

그는 건설업 활동 지표인 시멘트 출하의 양이 감소하고 자동차 내수판매가 덜 활발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FT는 올해 재정적자 감축도 통신업 허가에 따른 일시적 수입 증가 덕분임을 지적한다. 반면 유가,식료품값, 비료값 상승은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키는 반면, 증시는 약세를 면하지 못해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차질을 빚게 마련이라고 FT는 꼬집는다.
무케르지 장관은 공기업 매각을 통한 세외수입을 1조2500억 루피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000억 루피 이상이 국영 기업인 인도 오일 등의 지분매각에서 나올 예정이다.

FT의 의문은 갈수록 더해진다. 올해는 인도의 5개년 계획 마지막 해로 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이는 국가부채 규모를 더 늘릴 것으로 FT는 예상했다.

나라빚에 관한한 희안하게도 인도는 일본을 닮았다. 국채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약 92%를 내국인이 보유중인데 5분의 2를 은행이, 5분의 1을 보험사가 각각 보유하고 있다.

FT는 또한 인도 정부는 일본과 마찬 가지로 '재정적으로' 느슨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너무 약해서 긴축할 수 없다고 꼬집는다. 부정부패에다 정실자본주의가 심각한 인도.성장하기도 전에 노쇠한 일본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박희준 조윤미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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