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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그들 아직 눈 못감고 있는데

최종수정 2020.02.01 23:51 기사입력2011.03.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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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속 안보의식 약화
희생정신·존경담은 교육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천안함 피격이 있은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난 26일에는 대전현충원에서 천안함 용사들의 1주기 추모식이, 30일에는 진해 해양공원에서 한주호 준위의 동상 제막식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젊은 용사들과 한주호 준위가 보여준 희생정신은 조금도 빛바래지 않은 채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비극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손쓸 새 없이 46명의 젊은 용사들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며칠 후 쉬지 않고 구조작업을 계속해온 한주호 준위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민군합동조사단은 과학적인 증거와 명백한 물증을 바탕으로 북한의 소행이라는 최종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우리 국민의 상당수가 북한의 소행임을 믿지 않았고, 심지어 북한의 주장에 편승해 우리 정부와 미군을 질타하는 일까지 있었다.
 
북한은 같은 해 11월 연평도를 포격함으로써 북한의 소행을 믿지 않았었던 일부 국민의 판단이 틀렸음을 입증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을 겪어오며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진실 앞에서도 분열되는 국민을 하늘에 있는 우리 용사들은 어떤 마음으로 내려다봤을까.
 
'국가는 영혼으로 존재한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운명은 국민의 정신, 즉 국민이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튼튼한 안보관에서 나온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최근 10여년간 '국민의 안보의식, 국가보안법, 국군, 주한미군, 한미동맹'으로 요약되는 5대 안보 요소 전체가 약화됐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안보의식은 대한민국의 안위와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다. 특히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젊은 세대의 안보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는 경우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젊은이들은 전쟁의 참화를 이겨내고 성장한 위대한 대한민국의 과거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했다.
 
역사를 모르는 이에게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을 바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알려줘야 한다. 특히 그동안 무관심 속에 주목받지 못한 호국의 과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가르쳐 균형 잡힌 역사적 시각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
 
국민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감사함과 존경심을 가질 때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사랑이 싹트고, 이는 바로 튼튼한 안보관으로 연결된다. 앞으로 국가보훈처는 안보 교육과 각종 정부 기념행사를 통해 국민들이 균형 잡힌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그리고 호국의 과정을 국민들이 현장에서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전국에 산재한 전적지와 사적지를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관리하려고 한다.
 
또한 호국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큰 힘이 돼주었던 미국을 비롯한 6ㆍ25전쟁 참전 21개국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보훈외교를 통해 혈맹의 우호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여기에 외국의 '꺼지지 않는 불꽃'과 같은 상징물까지 건립한다면 특별한 계기가 없이도 국민들은 항상 호국영령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마음에 새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안보의식을 바탕으로 그분들이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대한민국을 더 강하고 더 행복한 국가로 만드는 것이 산화한 대한민국의 영웅들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길일 것이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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