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기자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나는가수다'가 어제(18일) 녹화를 재개했다고 합니다. 나가수 논란은 김건모씨의 재도전 여부에서 비롯됐습니다. 일종의 패자부활제인 셈인데, 제작진은 애초 없었던 제도를 억지로 만들었다가 공분을 샀지요.

방송에서는 비판을 받았지만 무대를 '벤처'로 옮기면 패자부활제는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한 제도입니다. 얼마 전 막 재기에 나선 벤처인을 만났습니다. 소감을 묻자 그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수년전 첫번째 창업에서 실패했습니다. 혈기만 앞서 준비가 미흡했던 탓이었어요. 실패를 해본 경험이 있으니 다신 실패하지 않겠다는, 재기에 대한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저를 받아주지 않더라고요. 여기까지 오는데 참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자금 융통에 고생했다"는 그의 말끝이 떨렸습니다. 유독 실패한 벤처인에게 냉혹한 곳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이런 점에선 미국이란 나라가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벤처의 나라,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엔젤투자자를 끌어 모으기가 어렵지 않은 곳입니다. 처참한 실패를 맛봤더라도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는 그 문화를 보자면 입맛만 쩍쩍 다시게 됩니다.

벤처 현장을 누비다 보면 사업에 실패해 음지에서 고통 받는 '모모씨'의 소식을 여럿 접하게 됩니다. 한때 잘 나갔지만 사업이 실패했고 결국 어디서 뭘 하고 있더라는 식입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그들의 실패 경험과 거기서 쌓였을 노하우가 눈에 선합니다. 에디슨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은 '해선 안되는 경영방식을 한 가지 습득한 셈'이 아닐까요.

국내 벤처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전 메디슨 대표)는 "실패 없이는 혁신도 없다"며 "벤처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벤처기업이 1년 동안 실패 경험이 한 번도 없다면 창조성이 없다는 방증"이라고까지 합니다. 그 스스로 실패를 겪어봤기에 더욱 와 닿는 말입니다.

다행히 중소기업청 등 정부기관이 벤처기업인에 대한 패자부활제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합니다. 말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제도 마련으로 이어져 벼랑에서 떨어지려는 벤처들을 든든히 떠받쳐주는 정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가수 방영에 영향을 준 슈퍼스타케이2를 생각해 봐도 좋겠습니다. 프로그램 우승자 허각씨, 그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올라왔습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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