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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손 자장면과 기계 자장면, 어느 것이 더 맛있던가요?"
주식투자 전략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자장면 맛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퀀트(Quantitative analysisㆍ계량적 분석) 전략을 가치투자에 도입해 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당연히 손 자장면이라는 기자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란다. '손 맛'이 투자의 질을 좌우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가치투자의 대표주자, 허남권 신용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이다.
허 본부장은 "퀀트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장부가치는 실제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탐방과 시장조사 등 펀드 매니저의 손길을 완전히 배제하고 누구나 다 아는 가치만 가지고 평가하는 퀀트 전략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이 하는 판단과 정성적인 평가가 투자 성과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전략에 대한 주관이 뚜렷한 허 본부장이지만, '신영마라톤 펀드'의 수익률 부진이 길어진 점은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대형주 대비 가치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수익률도 밀렸다. 본인의 투자 철학은 흔들림이 없었지만, 투자자들에게도 확신과 신뢰를 줘야했다. 최근 운용보고서를 통한 사과나 이례적인 기자간담회는 이 맥락에서 진행됐다.
실제 투자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그간 중소형주를 고집해왔지만, 이젠 유동성이 풍부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선호한다. 편입 종목의 시가총액 기준을 과거 400억원 내외에서 1000억원 수준으로 올려 잡았다. 그는 "5% 이상 투자 종목이 80여개 였지만 현재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면서 "그만큼 과거에는 중소형주 비중이 높았고, 현재는 사이즈를 키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유통업, 보험업, 제약업 등 내수산업에 집중하고 경기관련주는 분할매도 하고 있다. 조정을 받고 있는 자동차, 화학, 정유 등 '차화정'은 지속적으로 팔았다. '차화정'의 비중은 과거 전체 펀드의 30%였지만 지금은 15% 수준으로 줄었다. 우량 종목의 우선주에도 집중하고 있다. "보통주의 30% 수준의 가격이면서 배당률이 높은 우선주는 투자의 사각지대에 있지만, 장기투자자들에게는 더 없이 매력적인 투자처"라는게 허 본부장의 설명이다.
하반기 가치주 장세 도래에 대한 자신감도 컸다. 그는 "경기관련주들의 하락폭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치주로 매기가 옮겨가는 추세에 있다"면서 "지난 2∼3개월 사이 가치주 펀드들의 수익률도 회복되고 있는 지금이 가치주 투자에 최적화된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가치투자'라는 외길을 걸어온 그에게 지향점이 있다면 어디일까. 허 본부장은 40년 동안 연평균 15%의 수익률을 꾸준히 내 원금 대비 256배의 성과를 거둔 미국의 세콰이어 펀드를 꼽았다.
그는 "주도주에 편승해 수익률을 단기간 끌어올리기 보다는 안정적인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 나갈 것"이라면서 "시장이 하락할 때 절치부심 상승을 준비해, 투자자들에게 '쫀쫀한'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허 본부장은 긴 휴가가 주어진다면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개발되지 않은 곳인데, 이제 그 곳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는 그는 영락없는 '가치투자의 대표주자'였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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