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외국에 진출하는 국내 의료기관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유독 한방 분야에선 성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보건산업진흥원의 2009년 보건산업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한국 의료기관 28곳이 9개국에 총 48개의 병의원을 설립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라별로는 중국이 24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9개), 대만(4개) 순이다.

한방의료기관으로는 자생한방병원, 편강한의원, 함소아한의원,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등 4곳이 외국에 병·의원 8곳을 설립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고 중국, 인도네시아에 각각 한 곳씩 진출했다.

최근에는 주요 대학병원과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중동 지역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한방의료기관의 진출 사례는 아직 없다. 그나마 강남논현한의원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SNC그룹과 이달 중 대형종합병원에 가칭 '대한민국 한방의학센터'(KTMC)를 개설하기로 합의해 중동 진출의 첫 걸음을 뗀 상태다.

이 병원 민영기 박사는 "중동 지역의 동양의학 시장은 연간 10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중의(中醫)가 독주해 온 시장 판도가 한ㆍ중 양강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중동지역은 소득수준에 비해 의료인력이나 시설이 부족해 해외 의료관광 수요가 높은 곳이다. 또한 지리적 특성으로 동양의학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국내 한방의료기관의 진출이 용이한 곳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의학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전문화와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치료법에 대한 과학적 검증 및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며 "특히 중동 지역의 경우 현지 문화와 제도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인 곳"이라고 조언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