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천시의회 의원들이 내년부터 의정활동 보조ㆍ자료 수집 등을 위해 1인당 1명씩 인력을 채용해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의원들이 받는 의정비에 이미 같은 명목의 돈 150만원이 포함돼 있어 이중 지급 논란이 일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 16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예산안에는 의원보좌인력 고용을 위한 예산 5억4800만원이 포함돼 있다. 의장을 제외한 36명의 시의원들이 1명씩 보좌 인력을 채용하도록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시의원들은 현재 '개인 플레이'로 수행하고 있는 의정활동이 시간ㆍ역량 등에 한계가 많아 제대로 된 예산ㆍ정책 심의 등 시정 감시ㆍ견제 활동을 하기가 힘들다며 이같은 예산을 편성했다. 대졸 청년 실업자들을 '인턴'으로 채용해 의정활동 보조ㆍ자료수집 등을 돕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시의원들이 이미 같은 명목으로 1인당 연간 1800만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의정활동보조비 120만원, 자료 수집비 50만원 등 한달에 150만원을 받는다. 이는 행정안전부의 시행 규칙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시가 자율적으로 정한 월정수당(4151만원)과 합쳐 시의원들은 총 5951만원을 연간 지급받는다.

이에 따라 시의회의 이번 의정보조 인력 채용 예산 편성에 대해 "이중 지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의정활동 보조ㆍ자료 수집을 위한 비용을 지급받고 있는데, 또다시 같은 명목으로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 인력을 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올해 말 인천시와 산하기관의 부채가 총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행안부로부터 재정위기 지자체로 지정될 위기에 놓여 있어 "시의원들이 제정신이냐"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재정적 여력이 없어 공무원들 월급 주기 조차 힘겨운 상황에서 제 몫만 챙겼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말만 의정활동 보조 인력일 뿐 '개인 비서'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는 우려도 있다. 채용 과정ㆍ업무 내용 등이 불투명해 측근을 채용하고 개인의 업무를 보게 하는 등 개인 비서처럼 쓰일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박준복 '인천시 재정위기극복을 위한 시민모임' 운영위원장은 "의정활동 보좌 인력이 필요하다면 시의회에서 의정행정을 보좌하는 공무원들의 증원, 또는 상임위원회 별로 소수의 정규 보좌 인력을 민간전문가로 채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며 "재정위기도 위기지만 인천시의 예산이 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인턴보좌관을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까지 예산을 요구한 것은 뻔뻔스러움의 극치"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집기 구입, 보좌인력의 급양비, 출장비, 그리고 올해 일부 삭감된 의장단 업무추진비의 복귀 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인천시 의회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의원개개인의 보좌관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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