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 (사)한국창의인성교육원 이사장
·단국대학교 공과대학 산업공학과 졸업
·(주)아이야이앤씨 부사장
·(사)전국학교운영위원연합회 이사



우리나라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입시과목 가운데 골치 아픈 과목이 뭐냐고 물으면 영어와 수학이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온다. 영어는 아무리 공부해도 쉽게 성적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고 수학은 생활에 전혀 쓸모없는 과목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자연계와 인문계를 선택하는 기준도 수학과목에 흥미가 있는가를 두고 판단한다.

과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도 좋지 않은 학교 수학 성적 때문에 명문대 입시에서 실패하거나, 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접기도 한다. 인문계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수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연계 전공자는 ‘미적분학’과 ‘대수학’, ‘기하학’을 공부하고, 공학 전공자라면 거의 모두 ‘공업수학’을 들어야 한다.

인문계 전공자라고 하더라도 수학이 없이는 연구 활동을 거의 할 수 없다. ‘통계학’에 관한 지식이 없다면, 자료 분석을 할 수도 없을 것이며 학계가 인정하는 연구논문을 쓸 수도 없다. 수학은 어떤 전공을 택하더라도 빠질 수 없는 필수 지식이며 핵심 학문이다.

수십년 전 정부가 중화학 공업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과학입국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에서도 수학을 가장 중시했고 명문대학교 입시문제도 꽤 높은 수준이어서 당시 고등학교 수학은 현재 미국 대학교 1학년 수준과 비슷할 정도였다. 당시 입시생에게 지워진 수학의 무게가 결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해 오늘날에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여럿 등장했고 세계 수준의 과학자도 여러 명 배출해 내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IT산업 발전 뒤에도 수학 영재들의 노력이 숨어 있을 것이다. 수학은 수면에서 부서지는 물방울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반복적으로 아름다운 무늬가 나타나는 소라고동의 껍데기에서도 오페라 무대에 울려 퍼지는 가수의 목소리에서도 찾을 수 있으며,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로켓의 궤도에서도 드러난다.

학자들은 세상 모든 지식은 수학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생활은 물론 학문으로서의 수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학부모의 수학에 대한 관심은 영어만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십 여 년 전 조기유학 광풍이 온 나라를 뒤덮은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3, 4학년생이 어머니 손을 잡고 미국과 캐나다, 필리핀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아이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생이별을 감수했다.

목표는 단 하나, 영어 잘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 학부모들은 수학을 위해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영어가 서양의 언어라면, 수학은 세계의 언어이고 우주의 언어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수를 신성시했다. 이집트와 인도에서 수는 지배층과 철학자들의 고급 유희였다. 그만큼 수는 삶과 역사에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학문의 기반이었음을 볼 수 있다.

지난 1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의 입시 대비 변별력 확보에 치중한 수학교육을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수학교육으로 개선하고 했다. 수학에 대한 흥미와 긍정적 인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해 국가의 미래를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학생들이 수학을 입시과목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생활에 필요한 학문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학교에서 치루는 수학시험 평가문항부터 생활밀착형 문제로 바꿔야 한다.
기존의 수학문제가 수식 나열형으로 단순했다면, 생활밀착형 실용수학 문제는 인접 학문을 융합하고 생활 주변의 이야기로 바꾸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한민국이 과학강국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서고 수학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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