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삼성전자와 특허전을 치르는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원론적인 수준"이라며 평가절하했다.

팀 쿡은 24일(현지시간) 애플 실적 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언제나 소송은 싫다. 앞으로도 계속 싫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플은 모두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기를 원하지만 분쟁보다는 협상을 훨씬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애플이 삼성전자와 특허 소송에 관한 협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양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중재를 받아들여 7월 안으로 공식적인 첫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협상 테이블에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CEO가 마주 앉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 법원의 중재가 화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반반"이라면서도 "팀 쿡의 발언은 삼성전자에 화해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애플의 입장 변화는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예견된 일이었다. 팀 쿡이 CEO에 취임한 후 중국 공장의 인권 문제,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성의를 보이며 잡스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삼성과의 소송전도 극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팀 쿡은 지난해 10월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초청해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삼성전자는 팀 쿡의 화해 제스처를 평가 절하했다. 신종균 사장은 이날 팀 쿡의 발언 소식을 접한 뒤 "발언 자체는 원론적인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애플과의 특허전에 대한 강경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 법정에서 양측의 협상을 앞두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특허전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법원 중재를 받아들인 직후 애플을 상대로 8개 특허 위반을 근거로 추가 소송을 제기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법정 다툼이 시작되면 애플을 이길 자신이 있는 만큼 법정 밖 화해에 주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강경책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제스처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만 소송전으로 가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팀 쿡이 먼저 화해 신호를 보낸 만큼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진훈태 두창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미국에서 소송보다는 특허를 둘러싼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 같다"며 "한쪽이 화해의 손길을 보내고 상대방도 상호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의도가 맞아떨어지면 합의 임박도 먼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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